승승장구하던 롯데케미칼의 날개가 꺾였다. 성장동력을 잃은 롯데케미칼이 계획된 사업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이 1990년 입사해 경영 토대를 쌓았던 회사다. 그는 “쇼핑 부문만큼 키우겠다”고 할 정도로 롯데캐미칼에 애정을 쏟았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14일 비자금 조성의 핵심처로 지목됐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계열사를 통해 매입가를 올려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300억원대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애탄크래커(ECC)및 에틸렌글리콜(MEG) 합작사업 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는 신동빈 회장도 참석했다. 2018년까지 2조9000억원을 투자해 플랜트를 건설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북미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을 활용해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한다.
이 사업의 기본 계약 당시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사의 지분률은 50대 50이었다. 그러나 최근 액시올의 경영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롯데케미칼 90, 액시올 10을 투자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경영사정이 안 좋아진 액시올의 인수전까지 뛰어들며 글로벌 12위 화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룹 전체에 걸친 전방위 검찰 수사로 액시올 인수는 무산됐고, 롯데케미칼의 사업추진 원동력도 약해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특수고무 합작사업(1405억원), 미국 에탄크래커 합작사업(2조9000억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타이탄에 공장 증설 추진을 위해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조1557억원에 이른다. 업계는 롯데케미칼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고자 회사채 발행 방안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액시올 인수를 제외하고 다른 사업들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사업 투자자금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지난해와 올해 사정이 나쁘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