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라인의 상장을 위한 신주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라인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날 라인 이사회에 참석해 상장 취지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이사진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은 신주발행 방식으로 일본 투자자 1300만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 2200만주 등 35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다음 달 15일, 미국에서 같은 달 14일(현지시간 기준)부터 증시에 상장된다. 일본에서는 직상장, 미국에서는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형태로 기업공개가 이뤄진다. 공모 예정가는 주당 2800엔이다. 이번 라인의 상장 주간사는 노무라 증권,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이다.
라인의 해외 증시 상장 결정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라인은 2014년 7월 일본 증시 상장을 계획했지만 모회사인 네이버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1일에는 IPO(기업공개) 신청서의 심사기간이 만료되면서 도쿄 증권거래소에 다시 서류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라인의 상장시기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당시 분위기는 2015년 하반기 중에도 라인이 상장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 때 한국과 일본에서 보는 라인의 가치의 차이는 컸다. 일본 증시에서 보는 라인의 상장 가치는 1조엔(약 9조410억원) 전후로 추산됐으나 국내에서는 15조~20조원의 가치로 평가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의장이 일본에서 보는 라인의 상장가치가 높지 않아 IPO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이후에도 라인의 상장설은 지속적으로 업계 퍼졌지만, 그 때마다 모회사인 네이버 측은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라인은 이번 해외증시 상장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라인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M&A(인수ㆍ합병) 등에 투자해 글로벌 영토를 더 넓힐 것이란 시각 때문이다.
라인은 이번 상장으로 2140억~3200억엔(약 2조3000억~3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은 현재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억1840만명(3월 기준)으로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등에 이어 메신저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라인의 MAU는 지난해 2분기부터 둔화되는 모습이다. 라인의 MAU는 2014년 4분기 1억8970만명에 이어 지난해 1분기 2억510만명, 2분기 2억1130만명, 3분기 2억1240만명, 4분기 2억1500만명, 올해 1분기 2억1840만명 등으로 천천히 증가했다.
또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이용자 수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현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라인은 미국이나 유럽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조치로 현지기업을 상대로 M&A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의 해외 증시 상장은 거대한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 더욱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 영역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올 여름 '라인 모바일'로 알뜰폰(MVMO)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