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회사 가치를 산정한 회계법인의 평가가 잘못됐다." (CJ헬로비전 주주 측)
"아직 합병 승인이 나지 않았고, 원고 측 주장처럼 주주총회 결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CJ헬로비전 측)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광우 부장판사)는 3일 CJ헬로비전 주식을 보유한 KT 직원 윤모씨와 LG유플러스 직원 김모씨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윤씨 등이 회계 상의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다 합병 승인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여서 긴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재판은 10분 남짓 진행됐지만, 양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윤씨 등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비율(0.4761236:1)이 정당하게 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되면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윤씨 등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산정 기준이 된 삼일회계법인의 평가자료를 입수해 문제 있는 부분을 짚고 넘어 가겠다고 입증계획을 밝혔다. 윤씨 등은 이후 또다른 회계법인에 감정을 맡겨 SK브로드밴드의 가치가 정당하게 산정된게 맞는지 다툴 예정이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의 2019년 영업이익률을 8.33%로 예상하고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게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2014년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이익률은 2.19%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을 과하게 가정한 반면 가입자 유치비용 등 영업비용은 과소추정했다는 내용이다.
반면 CJ헬로비전 측은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소송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에는 두 회사가 하나의 회사가 되기 때문에 피고 당사자도 바뀌게 된다. CJ헬로비전 측은 "윤씨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봤을 때 주주총회 결의 무효에 해당하는 법률을 위반했는지 의문이다. 윤씨 등이 기술적이고 회계적인 기준들을 언급하는데, 다음 기일을 두 달 정도 뒤에 잡아주면 검토한 뒤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2차 변론기일은 법원 휴정기가 끝난 뒤인 8월 12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SK그룹은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인터넷ㆍ유료방송 등 방송통신 산업 주요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은 경쟁사 간 다툼으로도 번졌다. KT와 유플러스 직원인 윤씨와 김씨는 이 법원에 지난 2월과 4월 각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두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 배당했다. 법무법인 율촌과 태평양이 윤씨와 김씨의 소송을 대리한다.
한편 CJ헬로비전 소액주주 17명이 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전서영 판사가 심리한다. 아직 첫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