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회장 1년 농협지주 장악 … ‘빅배스’는 과제

입력 2016-05-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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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넘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성과라면 무엇보다 ‘조직 안정화’를 들수 있다. 2014년 농협카드 정보 유출 사태 등 대내외적으로 크게 흔들렸던 조직이 최근 1년새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조직 장악력을 발휘해 조직을 안정화시킨 셈이다.

금융기관다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점,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농협금융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과주의 도입, 부실채권 정리 등의 숙제는 산적해있다.

◇‘소통’으로 ‘복지부동’조직 장악 = 김 회장은 23회 행시 출신으로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탁월한 정무적 감각을 인정 받는다.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로 조직과 업무를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이례적 성공 케이스로 주목받는 이 중 하나다.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생보사 상장, 현대투신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등 굵직한 금융권 난제들을 해결하는데도 이러한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김용환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보고와 의전의 최소화였다. 문서 작성에 매달리기보단 실제 담당자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대면 보고를 결례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는 유선으로 간단하게 보고하라는 요청도 했다.

김회장의 이러한 주문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직접 보고가 이뤄지는 등 변화가 생겨났다.

김 회장에 대한 업무보고도 임원, 부장급들이 주로 했던 예전과 달리 실무자들이 직접 배석해 이뤄진다. 현장상황을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실무자의 의견을 들어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농협 특유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사내게시판에 ‘CEO와의 대화방’을 개설했다. 이 대화방에 한 직원이 해외 진출에 대한 문제점을 요목조목 올린 것을 참조해 전략 수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해외 시장 개척 포문…새 비전 제시 = 최근 농협금융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다.

농협금융은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Bank Mandiri)과 상호 협력 및 인도네시아 농업금융 발전을 위한 합작사업 등을 협력키로 했다. 농업금융을 통해 인도네시아 농촌개발에 협력하고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리스·마이크로 파이낸스 등 금융 전반에 걸쳐 추진된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중국 공소그룹과 손잡고 설립할 인터넷대출전문은행에 대한 인가를 오는 7월에 신청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이 합작법인 지분 51%를 보유하고 나머지 49%는 공소그룹측이 출자한다. 합작법인 이름에는 ‘농협’이라는 명칭이 앞에 붙는다.

글로벌 투자를 위해선 세계 10대 자산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그룹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농협금융과 아문디운용이 각각 70%, 30% 지분을 보유한 NH-아문디운용을 통해 아문디 전문가 6명을 활용, 한국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는 글로벌 투자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자타공인 해외증권 전문가로 통한다. 김 회장은 1995년 미국 증권관리위원회에 파견된 후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공보관을 차례대로 역임하고 증권선물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김 회장은 “올해는 농협 글로벌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12월에는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이 미국에 세워진다”고 밝혔다.

◇ ’빅배스’ 용단 내리나 = 지난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은 농협금융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김 회장은 장기적 안목에서 시스템 변화를 기획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1년간 시스템, 제도 정비, 조직 효율성 제고 등 취약 부문을 보완하고 미래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심사·감리·산업분석 등 전반적인 리스크(위험)관리 인프라를 정교화했다. 외부 전문가 7명을 충원해 지주회사 내에 산업분석팀을 신설하고, 분석대상 업종도 24개에서 143개로 늘렸다.

조기경보시스템·편중여신 한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농협은행의 기업여신 평가시스템 우위 요소를 비은행 계열사로 확대했다. 은행 신용감리부 인력은 2014년 30명에서 2015년 45명으로 늘렸고, 올해 52명까지 확충했다.

무엇보다 임기 내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할 뜻을 내비쳤다. 빅배스는 누적손실, 잠재손실 등을 한 회계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 기법으로 일시적인 대규모 이익감소가 따른다.

그동안 농협금융의 실적에 발목을 잡는 요소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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