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 독특한 표정…"누가누가 멍 잘 때리나"

입력 2016-05-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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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뉴시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라는 취지로 22일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대회. 심박측정기를 이용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우승자에게 트로피와 상장을 주어졌다.

이날 서울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에 남녀노소 70명이 넋을 놓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신사, 외국인, 군인까지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으로 세대·직업 대표를 자청한 이들이 참가했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열린 이날 행사는 가치없는 멍 때리기에 목적을 둔다.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최대한 오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한다.

대회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석자들이 멍 때리기에 동참했다. 참석 이유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많았다.

자신을 '28세 여성 회사원'으로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한 참가자는 '결재서류'라고 적힌 검은색 결재판을 들고 나와 "결재받는 순간과 상사가 뭐라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회사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혼나는데, 여기선 상을 준다고 해서 나왔다"며 웃었다.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대전에서 KTX를 타고 상경했다는 미국인 캐이시 카들릭(26)씨는 미키마우스 잠옷을 입고 앉아 "평소에도 몽상을 즐긴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땡볕이 쏟아지자 행사장에 얼음물 등을 비치하고, 참가자들에게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전사고에 신경을 썼다.

참가자들은 빨강·파랑·노랑·검정 등 색깔 카드를 들어 대회 동안 마사지 서비스, 음료서비스, 부채질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행사 주최측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을 빼면 뇌를 혹사하고 있다"며 "뇌를 쉬게 하고, 멍 때리기로 상징되는 행위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대회 형식을 빌려 시민참여형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상국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총무부장은 "참여선수가 아니더라도 행사일 현장에서 대회를 관람하면서 함께 즐겨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멍때리기의 바른말은 '넋 놓기' 또는 '멍청히 있기'가 바른 표현이다. 행사 명칭인 '멍 때리기'는 통신와 온라인 등에서 주로 쓰이며 퍼진 속어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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