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미루다가 소멸시효 주장하는 것은 비도덕적”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의 소멸시효 완성 인정 여부를 떠나 보험사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23일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권한에 따라 검사·제재 및 시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보험금을 보험계약자 및 수익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과 같이 이번 자살보험금도 적극적으로 지급해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해사망 특약’을 설정했다면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달 12일 내렸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소멸시효(보험금청구권은 2년, 2015년 3월 이후에는 3년)에 대한 최종 판결이 확정된 후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자가 자살할 경우 주계약에 따른 일반 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재해특약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재해 사망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보통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2월 26일 기준으로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에 2465억원이며, 이 가운데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으로 각각 집계됐다. 현재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해 법원 소송 중인 건은 8건이다.
이에 금감원은 고객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험사는 약속한 보험금을 정당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수익자가 청구한 사망보험금을 보험사가 일부만 지급하고 2년이 경과된 후 소멸시효를 이유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전문가인 보험사가 보험금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고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의 주장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면 회사가 연금, 이자 등을 과소 지급한 후 장기간 경가돼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도 소멸시효가 경과돼 지급의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위규행위를 한 보험사는 부당이득을 얻게 되나, 소멸시효 미경과분만 구제할 경우 법적으로 소비자 피해구제는 한계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소멸시효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험금 지급을 유보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소멸시효 제도에 따른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관련 검사결과 제재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권순찬 부원장보는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며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 등에 대해서는 지급절차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회사 귀책사유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등 관련법규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