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밀어내기 영업을 해 물의를 일으킨 남양유업에 애초보다 줄어든 과징금을 확정했다.
공정위 제1소회의는 지난 3일 남양유업의 과징금 124억원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과징금을 재산정에 25분의 1수준인 5억원으로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어내기 대상품목의 매출과 수량 기록이 파악돼야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록을 찾지 못했다”며 “증거를 은폐한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제로 할당한 시기와 수량 등에 대한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다”며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공정위는 부당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로그기록 확보에 나섰지만, 로그기록이 저장된 대리점의 컴퓨터는 이미 대부분 교체됐거나 노후로 고장난 뒤였다. 전국 대리점 2000여 곳 컴퓨터를 뒤진 결과 15여 곳의 컴퓨터에서 일부 기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결국 과징금은 줄어들게 됐다.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김웅 전 남양유업 대표 등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과징금이 대폭 줄어들자 남양유업이 고의로 관련 기록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남양유업에서 의도적으로 대리점 컴퓨터의 기록을 복구할 수 없도록 삭제하는 방식으로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과징금 확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양유업 과징금 확정에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편,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할당된 판매물량을 대리점에 강제적으로 떠넘기는 ‘밀어내기’ 횡포를 부린 것이 알려졌다. 이에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