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장관 21년 만에 교체…석유부→에너지ㆍ산업광물부로 변경 등 개혁 시동

입력 2016-05-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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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경제개혁 정책 ‘비전 2030’의 첫걸음…모하메드 부왕세자 영향력 더욱 커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7일(현지시간)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알나이미 장관이 2010년 10월 18일 리야드에서 열린 한 국제 에너지심포지엄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장관을 21년 만에 교체하고 석유부를 에너지ㆍ산업광물부로 변경하는 등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995년 취임해 21년간 글로벌 석유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을 해임하는 등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가 개혁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석유는 물론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담당하게 된 에너지ㆍ산업광물부의 장관에는 보건장관 겸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 회장인 칼리드 알팔리가 임명됐다. 아울러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도 현 파흐드 알무바라크에서 부총재인 아흐메드 알코리페이로 교체됐다. 또 무역ㆍ투자부와 교통부, 성지순례부 장관이 바뀌고 수자원ㆍ전력부가 전력 부문을 에너지ㆍ산업광물부로 이관하고 수자원ㆍ환경농업부로 개편되는 등 사우디는 경제 분야의 전면적인 개각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사우디 제2왕위 계승자이며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친아들인 모하메드 빈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의 권한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FT는 설명했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지난달 25일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해 광산업 등 비석유 산업의 진흥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경제개혁 방안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는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것은 물론 사우디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아버지가 왕위에 오르면서 사우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부상한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부펀드에 새 자금을 수혈함으로써 다양한 민간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빌 파렌-프라이스 페트롤리엄폴리시인텔리전스 대표는 “사우디 지도자들은 이전에 실패했던 경제 다각화에 다시 베팅하고 있다”며 “사우디는 석유가 성장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지금이 변화할 때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석유부 명칭을 변경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으며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원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80세의 알나이미 장관의 영향력이 끝났음을 의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당시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나이미 장관 등 실무진들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산유량 동결 아이디어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란의 참여 없이는 산유량을 동결하지 않겠다는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강경한 자세에 결국 사우디는 산유량 동결을 무산시켰다.

전문가들은 알나이미가 고령이기 때문에 은퇴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앞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은 그와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갈등과 균열이 심각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각으로 사우디의 석유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사우디가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지켜야 하며 이란 등 다른 산유국의 참여 없이는 어떤 산유량 동결도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배럴당 30달러가 됐든 70달러가 됐든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모두 같다. 우리는 높은 유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계획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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