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진퇴양난에 몰린 가습기 살균제 주범 ‘옥시’

입력 2016-05-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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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지붕은 햇빛이 밝을 때 수리해야 한다. 이는 어떤 일이든 때가 있는 것이고, 그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RB코리아) 대표가 2일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옥시 대표의 사과는 2011년 제품 유해성이 인정된 후 수거 조치가 이뤄진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사망자 70명 포함) 수가 총 177명에 이르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의문이고, 검찰 수사 확대를 의식한 면피성 조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법인 옥시와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는 과거 역학조사로 유해성이 드러난 뒤에도 5년 동안 관련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또 2011년 12월에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2014년에는 RB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옥시 피해자와 유족,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옥시 사과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가 “피해자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내놨다”며 옥시를 강하게 비난했을까.

옥시는 지금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놓여 있다. 안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밖으로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옥시에서 제조한 제습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옥시 표백제 매출은 38% 줄었고, 섬유 유연제 매출은 7% 감소했다.

국민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기업에 대한 응징의 대가는 혹독하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 수사다. 돌아보면 검찰도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001년 제품이 출시된 후 10년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을 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제조·판매사를 고발한 지 무려 4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늑장 수사’라 질타해도 검찰은 할 말이 없다.

따라서 검찰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검찰은 영국 본사에 대해 증거 인멸과 대책 수립 등의 혐의 사실을 철저히 입증하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을 국내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법률적·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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