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방보험 M&A] 내실보다 외형 강화 주력… “배당금 먹튀 나올라” 우려

입력 2016-05-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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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보험사 안방보험그룹이 국내 생보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동양생명을 인수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한 것이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업계에서 복수의 회사를 사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안방보험의 국내 생보업계 진출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방보험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한국 ‘찍고’ 세계로…? = 안방보험이 국내 생보업계를 겨냥한 배경으로 가장 많이 추측되는 것은 안방보험의 세계화다. 보험업계 의견을 취합하면 안방보험은 그동안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에서 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후 배치된 경영진을 살펴보면 야오다펑(Yao Da Feng) 동양생명 이사회의장, 뤄젠룽 부사장(Luo Jian Rong) 모두 안방손해보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던 인물이다. 야오다펑 의장은 안방손해보험 사내이사 겸 총경리를, 뤄젠룽 부사장은 안방손해보험의 지사 총경리 겸 고문, 총경리 보조를 각각 역임한 바 있다.

이에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까지 인수를 완료하면 국내 생보업계에서 자리를 꿰차는 것은 물론, 종합보험사로서 역량을 더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견에 무게를 싣는 듯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은 올해 1분기에 814억68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92.8% 증가한 2조2640억원을 달성해 이 역시 분기 기준으로 최대 기록이다.

덩달아 안방보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방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196억6000만 위안(약 3조45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자산은 9216억 위안으로 2014년 1199억6000만 위안보다 6.7배 늘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5%를 기록해 중국 보험업계 평균인 15%를 훨씬 웃돌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국내 생보업계에 진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中 금융 수준 브라질보다 떨어져, 먹튀 우려는…? = 안방보험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국내 금융업계에 진출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금융산업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네덜란드 ‘비밧’, 미국 ‘피델리티’ 등 글로벌 보험사를 인수하며 외형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은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업종이다. 안방보험이 단기간에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장기적인 자산 운용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 단계에 있다.

더군다나 안방보험이 태생한 중국의 금융 수준은 브라질에도 못 미친다. 최근 국제금융기구(IMF)가 조사한 ‘금융발전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0.572점으로 33위를 기록했다. 이는 브라질(25위·0.652점), 태국(26위·0.645점), 러시아(32위·0.592점)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0.854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금융발전지수는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 금융서비스 가격 적정성 등 8개 세부 항목을 평가한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동양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영업 행태에 보험사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하고 있는 최근 보험업계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양생명의 일시납 저축성보험 상품 보험료는 지난해 1월 151억원에서 올해 1월 2864억원으로 19배 급증했다. 전체 수입보험료 중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에서 50%로 10배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배당금만 챙겨 ‘먹튀’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방보험의 향후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안방보험이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한국시장에 대해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진입하기 쉽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안방보험이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는지, 국내 보험업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외국계 자본을 유치할 때 가장 많이 주장했던 내용이 선진국의 금융기법을 배운다는 거였는데, 그러한 부분에서 중국자본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을 근거도 없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 진입 이후의 행보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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