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정부 오판이 현대상선 좌초 단초 제공

입력 2016-04-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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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캐시카우 자동차선 사업부, 정부 강요로 스웨덴 회사에 넘겨

현대상선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14년 전인 2002년 정부의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대상선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그 후유증으로 2002년에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외환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를 비롯한 기업들에게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는 무리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현대상선은 이 정책 요구에 따라 배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자동차선 사업부(현 유코카캐리어스)도 스웨덴 해운회사 왈레니우스에 15억 달러(약 1조7265억)에 매각해야 했다.

당시 왈레니우스는 단 3억 달러만으로 현대상선의 자동차선 사업부를 손에 쥐게 된다. 나머지 12억 달러는 국내 은행권에서 대출받았다. 이 사업부는 현재 연간 매출 2조5000억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거두는 견실한 흑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자동차선 사업부가 매각되지 않았다면 이 회사가 지금과 같은 위기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정부의 판단이 장기적으로는 현대상선에 득보다 실을 안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정부 주도 하에 국적선사들이 당시와 같은 무리한 구조조정 사례를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채권단 관리 하에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등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이번 협약은 용선주와 사채권자 등 현대상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어서 매년 조 단위로 지출되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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