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가타다 다마미 ‘독불장군 상대하기’

입력 2016-04-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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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만나면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살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의 ‘독불장군 상대하기’(한경BP)는 자기 생각과 주장만 늘어놓는 사람에 관한 책이다.

2014년 11월 중의원 선거전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경기가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거 이상한 일이네요?”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이어폰을 빼버린 채 마치 앵무새처럼 자기 주장을 반복한다. 독불장군은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 전체가 답답한 분위기에 휩싸인 이유 중 하나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불장군 같은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불장군 사례, 독불장군이 증가하는 요인분석, 독불장군을 둔 사람의 심리 상태 분석,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집단 증가의 원인 분석, 독불장군들의 속내 이해, 끝으로 독불장군 대처법이다.

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절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밖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요인과 선천적으로 독선적인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독불장군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불장군은 자기 세계에 깊이 빠져서 주위를 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유연성이 떨어진다.” 독불장군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격려하는 일이 가능한 인터넷의 영향을 든다. 그밖에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일정 역할을 담당하지만 타고난 기질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개인도 문제이지만 독불장군 같은 집단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의견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데 익숙하고 의견 대립을 배반행위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움베르토 에코의 ‘영원한 파시즘: 파시즘을 식별하는 14가지 방법’에 나오는 ‘원형 파시즘’을 예로 든다. 원형 파시즘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차이의 공포’를 교묘하게 이용해 증폭시킴으로써 합의를 구하고 확충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대세를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차이의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전원 일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원형 파시즘’이다. 독불장군 같은 집단이 득세하게 되면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큰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대부분은 망상, 강박관념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자기애 때문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특히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와 무시당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강하기 때문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 가운데는 ‘나는 특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독불장군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그들이 꼭 들어야 할 말은 계속해서 조리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라도 나중에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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