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빗나간 여론조사, 난립한 조사기관

입력 2016-04-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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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차장

4·13 총선이 끝나고 사전 여론조사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길 것이라는 여론조사는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정치·사회 환경과 유권자의 성향, 정확한 표본 등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계와 언론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표본 추출의 한계였습니다. 어느 표본과 계층을 골라야 정확한 여론 동향을 짚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답은 없었습니다. 그저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방법과 조사 대상을 확대했을 뿐입니다.

조사 대상 선정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됩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제대로 된 응답 전화번호, 즉 과거 비슷한 여론조사 때 성실하게 조사에 응했던 전화번호가 하나의 데이터가 됩니다. 응답을 거절했던 전화번호는 자연스레 다음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지요. 결국 적극적 성향을 지닌 조사 표본을 중심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다 보니 부동층의 향방을 가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업체의 난립도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부추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학 이론을 바탕으로 꽤 과학적인 접근 방식과 표본 추출, 오차 축소 등을 앞세웠던 초기 여론조사기관과 달리 ‘돈이 된다’는 기대만 가지고 조사기관이 난립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선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객관적인 표본을 이끌어내야 하는데요. 난립하는 소규모 조사기관의 경우 이 같은 원칙을 지킬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오차가 커지는 셈이지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다른 여론조사를 뒤따르는 경우도 나왔습니다. 언론학에서는 대다수 여론이 나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소수의 의견을 지닌 사람들은 침묵하게 된다고 분석합니다. 이 같은 이론의 배경에는 고립에 대한 위기감과 두려움이 서려 있습니다. 이는 ‘침묵의 나선효과’를 가속화하는 원심력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이론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습니다. 소규모 조사기관이 뽑아낸 여론조사 결과가, 이른바 메이저 기관의 조사 결과와 대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작은 조사기관은 결과를 없애 버리기도 합니다. 조사 결과가 판이하면 별도의 표본을 추가해 주류 여론조사기관의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 개인의 의견을 넘어 여론조사까지 확대된 셈이지요.

검찰은 선거일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한 조사기관 대표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여론조사를 수행하면서 조사 대상을 특정 계층으로 제한하고 지지율 순위가 바뀌도록 결과를 왜곡, 발표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밖에 거짓 여론조사 결과를 홍보자료로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했던 예비후보 지지자에게도 벌금형이 구형됐습니다.

여론조사가 흔해지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내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온라인에서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네티즌의 댓글을 넘어, 이제 여론조사 결과까지 경계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지요. 난립하는 여론조사 기관을 걸러낼 수 있는 제재와 업계의 자성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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