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의 도전] M&A 잇단 고배… 한투, 향후 행보는

입력 2016-04-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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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이 개가를 올릴 때 다른 한쪽은 고배를 마시기 마련이다.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에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을 미래에셋증권에 넘겨준 데 이어 두 번째다.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는 상황 속에 2020년 아시아 최고 금융투자회사(IB)를 목표로 하는 한국투자증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현대증권은 업계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3000억원(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 수준인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1위 증권사로 몸집을 불리면서 해외 시장에서 외국계 유력 IB와 겨룰 기대에 차 있었다.

좌절을 맛본 한국투자증권은 당분간 내실을 다지며 한국금융지주의 ‘비전 2020’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 2020은 자기자본이익률(ROE) 20%, 시가총액 20조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1등 IB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리테일, 자산관리(WM), IB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시기로 논의되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과 시너지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올해부터 새로운 순자본비율(NCR) 제도가 적용되면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는 자기자본 활용도가 높아져 투자업무를 활성화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자본확충 방안으로 인수합병(M&A) 대신 증자를 택하리란 관측이다.

물론 추가 M&A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증권사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는 점에서 새로운 매물이 등장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월 금융개혁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래와 대우, KB와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 간 합병이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 IB 대형화를 위해 올 상반기 중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불거진 삼성증권이 시장에 나오리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은 전자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위해 개편 작업을 벌이는 상황이다. 1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이슈에 삼성증권 매각설은 한 수 접혔지만 삼성그룹의 구조 개편 행보를 고려하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3조5200억원 규모로 업계 4위의 대형사다. 한국투자증권이 삼성증권을 품에 안으면 대우증권을 손에 넣은 미래에셋이나 거대자본 KB금융과 결합한 현대증권 등에 맞설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모두 자산관리에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합병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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