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회장도 막지 못한 시계사업 ‘흥망’…로만손, ‘제이에스티나’로 사명 변경

입력 2016-04-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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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1일 임시주총서 의결… '부진' 시계사업 대신 쥬얼리사업에 힘 줄 듯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국내 '시계명가' 로만손이 결국 사명을 쥬얼리 브랜디인 ‘제이에스티나’로 변경한다. ‘중소기업중앙회장’까지 역임한 김기문<사진> 로만손 회장이 회사로 돌아와 모태인 손목시계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17일 로만손에 따르면 다음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상호명을 제이에스티나로 바꾸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의결할 계획이다. 로만손이 사명 변경을 추진한 것은 설립 이후 약 28년 만이다. 최근 몇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손목시계사업 대신 '한류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 중인 쥬얼리ㆍ패션사업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에 힘을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만손은 김 회장이 스위스 시계공업단지 마을인 '로만시온'에서 이름을 따 만든 사명이다. 로만손은 '명품시계'를 표방하며, 1990년대 국내 시계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로 도약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스위스 위주의 명품시계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한계를 맛봤고, 기존 수출처인 중동과 러시아 등에서도 힘을 잃으면서 점점 쇠퇴했다. 대신 2000년대 초반 론칭한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큰 인기를 끌며 '모사업' 손목시계보다 더 큰 매출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 회장이 회사를 떠나 중기중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시계와 쥬얼리 사업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로만손의 손목시계사업은 매출 220억8100만원, 영업손실 40억300만원을 기록했지만 쥬얼리사업은 매출 816억800만원, 영업이익 73억4000만원으로 대조를 이뤘다.

손목시계사업은 로만손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이에 손목시계사업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도 컸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퇴임을 앞둔 지난해 초 기자들과 만나 "퇴임 후 로만손으로 돌아가 위축됐던 시계사업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 로만손으로 돌아가 지난 한 해 중동, 동남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까지 직접 다니며 손목시계사업의 재도약에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이 같이 김 회장이 백방으로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손목시계사업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대신 쥬얼리ㆍ패션사업은 점차 외연을 확장하며 중국 등에서 한류와 결합해 더 큰 도약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로만손 입장에선 인지도가 높은 제이에스티나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로만손이라는 사명보다 현재 젊은 층들 사이에선 제이에스티나의 인지도가 훨씬 큰 만큼, 이번 사명 변경이 향후 사업에도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면서 "다만, 국내 시계산업을 대표했던 로만손마저 사명을 변경하며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것은 다소 씁쓸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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