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 등 일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는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옹호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호세 비날즈 IMF 통화·자본시장부 이사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일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행보가 통화부양책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출 완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공식적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한 중앙은행은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해 총 6곳. 이 영향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가까이 제로(0) 이하의 실질금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날즈 이사는 “마이너스 명목 이자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추가 부양효과와 대출 완화 효과가 있어 물가와 수요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다음 주 열리는 IMF 정례회의를 앞두고 발간된 것으로 IMF 회의의 기초자료가 된다. 보고서는 긍정적 판단의 근거로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에서 빠져나와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연설에서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에 대해서는 “그의 결정을 칭찬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가 물가상승률이나 경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오히려 예상치 못한 엔화 가치 급등에 기업들은 설비 투자를 미루고, 일본증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BOJ가 시장 통제력을 잃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힘을 실었다. 그는 10일 공개한 연례 주주서한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지출에 타격을 주고 경제성장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핑크 CEO는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자산의 버블을 심화시키고 은행들의 수익 마진에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 고객들이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데에도 방해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