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테슬라 모델 3는 자동차 ‘아이폰’?

입력 2016-04-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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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자동차산업 역사상 종전에 보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테슬라(Tesla)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가 일으키고 있는 열풍이다. 테슬라가 지난달 31일 신차를 발표한 이후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 발표 72시간대의 주문대수가 27만6000대를 돌파했다. 그리고 50만대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5년 한 해 미국의 ‘베스트 셀링카’는 도요타의 캠리(Camry)로, 36만1111대를 기록했으니 테슬라는 모델 3만으로도 이미 이 기록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많은 주문을 받은 차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람들은 왜 이 차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기존의 엄청난 고가의 가솔린차들이 갖춘 성능을 단 3만5000달러라는 가격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로백’, 즉 출발 후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해 메르스데스 벤츠의 C 클래스나 BMW 3 시리즈를 가볍게 제칠 뿐 아니라 최고 시속 193km,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거리인 360km 주행을 자랑한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연료비이다. 모델 3의 배터리 용량이 48kwh이므로, 한 번 충전에 드는 비용은 9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 기본요금이 kwh당 100원이니 한 번 충전해 360km를 달리는 연료비가 50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부품비용도 8년간 무한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므로 역시 ‘제로’에 가깝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에 거의 제로 수준의 연료비, 엄청난 고성능 사양이 바로 주문 폭주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테슬라는 전기로 가는 ‘자동차’일까, 아니면 바퀴가 달려 있는 ‘전자제품’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이번에 공개한 모델 3의 내부 사진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운전석 앞의 대시보드가 완전히 사라지고, 운전석 핸들 오른편에 큰 ‘아이패드’ 같은 컴퓨터 터치 스크린만 하나 달랑 있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이 스크린을 통해 ‘자율주행’ 등 모든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컴퓨터로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이메일이나 웹 브라우징 등을 수행한다. 예컨대 가솔린차의 경우 ‘자율주행’ 기능이 없다면 차를 바꿔야 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간단한 OS 업데이트만으로 이러한 기능들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엘런 머스크는 1월, 테슬라의 고객들은 앞으로 2년 이내에 미국 내 어디서든 테슬라 자동차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무인주행’시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간단한 OS 업데이트만으로 기존 고객들도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대답은 자명해진다. 테슬라는 기본적으로 ‘전자제품’인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테슬라의 생산량이 자동차업계 전반을 위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과,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충전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충분한 충전시설과 배터리를 위시한 생산시설이 갖춰진다면 기존 가솔린 자동차는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의 미래가 불러올 결과는 자명하다. 첫째, 석유 사용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 둘째 기존 가솔린자동차 업계는 엄청난 생산설비에서 나오는 코스트 요인 때문에 서서히 붕괴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테슬라 같은 전기차의 경우 부품 수가 매우 간단해 자체 생산으로 충당되므로 전기차 시대는 불가분 가솔린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의 대량 실직사태를 유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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