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정책자금 확대도 필요
윤 교수는 그간 한국의 금융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던 배경이 실물경제의 고도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증시 등의 자금조달 시장도 이를 뒷받침하며 커 갈 수 있었다는 것. 바꿔서 말하면 전통적인 실물산업의 저성장이 자본시장의 성장 정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실물시장 지표는 저성장의 고착화를 향해 가고 있다. 전통적인 ‘효자산업’이었던 조선·철강·건설 등 산업에서는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기업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이 영업을 해 봐야 이자를 갚기도 버겁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투자 대상으로서 좋은 기업이 없으면 좋은 유가증권도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자본시장이 나아갈 방향으로 ‘모험자본시장의 육성’을 지목했다. 그는 “결국 향후 자본시장을 포함한 우리 금융시장의 역할은 투자 대상으로서의 좋은 기업들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모험자본을 형성·육성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상품이 제공되면서 투자가 활성화되는 경우 일석이조의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제시한다. △창업·혁신기업 지원인프라 강화 △민관합동 펀드 방식의 다양화 △중간회수수단의 확대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시장 육성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규제 정비 △M&A(인수합병) 시장 활성화 △기술평가 인프라 구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윤 교수는 과거 성장동력 산업이었던 대기업 위주의 조립·가공·장치산업이 아닌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첨단기술을 가진 소재·부품·IT서비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규제완화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진출시 금융·경영상 컨설팅 기능을 정책금융 기관이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기존의 정책금융이 양적인 지원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리스크 분산, 자산유동화, 신용보강 등 질적 지원 중심의 복합 방식이 더 중시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정책금융기관이 단독으로 지원하기보다 상업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일부 덜어주면서 민간자본을 유도해 협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모펀드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관련 규율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