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정찬우 연구위원, “도입시기는 조절할 필요 있어”
내년부터 시중은행에 도입될 신바젤협약 기준을 저축은행에 도입해도 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바젤협약을 도입할 경우 저축은행은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 도입 시기는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일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자기자본 규제의 영향 분석’이라는 정책조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자산규모 및 부동산PF 비중을 기준으로 10개 저축은행을 선정해 현행 기준과 신 기준 하에서 신용리스크만을 고려해 경영지도기준인 BIS비율 5%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량을 각각 산출했다.
그 결과 모든 저축은행에서 양자 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리스크만 고려했을 때 자산규모별로는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중소형 저축은행이 필요자기자본량이 더 크게 감소하나 절대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운용리스크로 인한 필요자기자본 요구량은 증가하나 절대량은 매우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동산PF 비중은 저축은행의 필요자기자본량 변화율과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신용리스크만을 고려하였을 때 신바젤협약이 저축은행의 BIS비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소매 및 부동산 담보대출에 편중된 저축은행 여신포트폴리오의 특성 ▲표준방법의 내재적 한계라는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며 “또 저축은행이 보유한 투자채권도 대부분 국공채 또는 투자적격 등급의 기업채권에 해당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서 “이러한 결과는 신용리스크만 고려한다고 가정할 경우 신바젤협약이 도입되더라도 저축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현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03개 저축은행의 패널자료를 이용한 회귀분석 결과 저축은행의 여신에는 총자산증가율과 BIS비율이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형에 관계없이 총자산증가율이 1%P 변화할 때 대출 증가율은 9%P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비율이 1%P 상승할 때는 대출증가율은 0.5~07%P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연구위원은 “BIS비율이 유의적인 음의 값을 지니는 것은 만약 저축은행의 여신구성이 변해 필요자기자본 요구량이 저축은행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BIS비율이 낮아진다면 저축은행은 대출을 줄이는 등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지표, 건전성지표, 유동성지표, 그리고 경제성장율 등은 저축은행의 대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음부도율은 저축은행의 대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음부도율이 1%P 증가할 때 대출증가율은 45%P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 연구위원은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이 80%를 상회하는 저축은행의 고객구조가 반영된 결과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현 단계에서는 저축은행에 신바젤협약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의 BIS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의 성장경로와 연계해 신바젤협약의 도입 대상 및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