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인왕산에 올라 ☆을 헤어 보자

입력 2016-03-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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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구 새누리당 중앙당 공보실 차장

대한민국 서울, 이 땅을 어머니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산들이 모두 아름답다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인왕산(仁王山)을 ‘산중지산(山中之山)’으로 꼽고 싶다. 수려한 산세, 상쾌한 공기도 그 이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인왕산 길을 걸었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시인 윤동주(尹東柱)이다.

일제 강점기 어두웠던 시절, 식민지 청년의 고뇌를 순수한 감성과 절제된 언어로 표현했던 시인 윤동주, 그는 대학 시절 후배 정병욱과 인왕산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 문학은 둘의 대화 주제가 됐을 것이고, 아름다운 인왕산은 순수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청년 윤동주에게 시적 영감을 크게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 시절 윤동주는 이미 ‘별 헤는 밤’ 이라는 대표작을 완성했다. 그는 숱한 밤 인왕산에 올라 하늘 가득 펼쳐진 별을 쫓으며, 주옥 같은 이 시를 써 내려갔을 것이다. 순수한 자연과 인간의 합일(合一)이 만든 이 아름다운 시는 나라 잃은 어두운 시절, 모든 국민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이 되었다.

2016년 지금, 그가 별 헤는 밤을 보냈던 인왕산에서는 더 이상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볼 수 없다. 대기 오염으로 하늘은 예전의 청명(淸明)을 잃은 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물리적 빛의 상실’ 이 아니라 ‘정신적 빛의 상실’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은 빛을 찾지 못한 채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 무거운 삶의 굴레 아래서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이 힘들지언정 나라를 잃은 설움 속에 살았던 때보다야 힘들겠는가? 극한의 설움과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내면을 성찰하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그 순수한 영혼의 체취(體臭)가 남은 인왕산에 올라 그의 추억을 따라 걸으면서, 그의 시를 떠올리고 그의 정신을 기리며,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했던 별을 쫓는다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것이며, 방황하는 젊은 영혼의 공허한 가슴에도 자랑처럼 푸른 풀이 무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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