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최근 국제유가가 4주 연속 상승하며 바닥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앞으로의 향배를 둘러싼 궁금증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사우디,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3개국과 러시아가 원유생산량을 올해 1월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소위 ‘카타르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합의 당일인 2월 17일에 배럴당 28.3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카타르 합의 이후 계속 올라 11일 기준 배럴당 36.4달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 합의’는 이행 여부와 별개로 현재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4개국의 원유생산 동결 합의가 이란과 이라크의 동참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사실 4개 주요 산유국 합의가 있은 직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생산 동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란은 동결 합의에 환영의 뜻을 표했을 뿐 동참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합의 당일 이란은 생산량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OPEC과 러시아가 1월에 이미 각각 사상 최고치의 산유량을 기록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사상 최고 수준에서의 생산량 동결은 수요의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100만b/d(barrel per day)에 달하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산유국들의 합의가 무의미해져 결국 국제유가가 다시 20달러대로 회귀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유가가 20달러대까지 폭락한 것은 OPEC 회원국들의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과 이로 인한 생산 경쟁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사우디 등 주요 OPEC 회원국들의 공급 기조가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로 인해 공급과잉 공포로 과도하게 하락했던 유가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의 동결 합의가 감산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공급에 대한 실질적 영향을 기대할 수 없어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달러대로 내려가기도 어렵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유가로의 회귀는 더더욱 실현 가능성이 낮다.
OPEC과 비(非)OPEC 석유수출국들은 4월 중순경 유가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더욱 많은 산유국들을 산유량 동결에 동참시키는 데 주력할 뿐 감산 합의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산유량 동결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최근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을 동결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까지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유효한 만큼 전반적으로 유가가 크게 상승할 여지는 적다. 다만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호전된다면 하반기의 계절적 수요 증가와 맞물려 평균 4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겠지만 연평균 유가가 40달러를 넘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