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지 위한 논의 없어” 포스코 무책임 논란… 권오준 2014년 울산공장 매각 철회하기도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플랜텍은 현재 2곳의 인수희망자와 울산 2공장 매각을 협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16일 인수 희망자를 접수한 뒤 한 달 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2공장의 매각 가격과 인수한 뒤 일감 확보와 관련해 매각자와 인수 희망자 간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플랜텍 관계자는 “울산 2공장 매각 가격은 6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수자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대응책을 채권단에 제시해야 하지만 울산 2공장 매각은 이와 상관없이 제 가격을 받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업황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포스코플랜텍의 울산 2공장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2공장은 대형 플랜트 설비를 제작, 납품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이달 내에 포스코플랜텍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상장폐지는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포스코플랜텍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포스코의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산 매각을 통해 신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대주주의 의지 없이는 상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7452억원으로 1340억원 자본잠식 상태다. 이 회사는 이달 30일까지 자본잠식을 벗어나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와 포스코플랜텍의 상장 유지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의 자구 계획만으로는 상장폐지 수순을 해소할 수 없다”며 “대주주가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플랜텍이 상장폐지하면 포스코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대주주인 포스코가 책임 경영을 모른 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포스코플랜텍이 상장폐지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한 567억원을 날린다. 소액주주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플랜텍의 소액주주 지분은 14.09%(2700만2852주)다. 현재 거래가 정지된 포스코플랜텍의 종가 972원 기준 262억4677만원 어치다. 이들 투자자의 주식 매입가격 기준으로 산정하면 피해규모는 2000억~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포스코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0년 3월 초 성진지오텍의 주가는 1만~1만1000원 대를 기록했다.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이 합병한 2013년 7월에도 9000원 선을 유지했다. 포스코플랜텍의 소액주주 대부분이 2~3년 전부터 주식을 보유했던 것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플랜텍이 상장폐지 위기에 빠지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실기론도 불거지고 있다. 포스코는 2014년 H기업 출신에게 포스코플랜텍의 포항 및 울산공장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포스코는 일감 보장을 5년+5년 또는 10년 등의 구체적인 논의까지 진행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014년 논의된 매각 금액은 수천억원대였다”며 “협의를 이어가다 2014년 말에 포스코에서 최종 거절했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은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유상증자로 2900억원의 자금을 포스코플랜텍에 지원한 시기다.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공장 매각 대신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권 회장은 2014년에는 포스코플랜텍의 회생에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등을 돌렸다. 이 때문에 과거 공장 매각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포스코플랜텍은 이제 벼랑 끝에서 수세에 몰린 채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울산지역의 한 부동산 사무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울산 공장은 산업 단지에 위치해 있어서 인수 자격 조건에 제한이 있다”며 “2014년보다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이 2014년 포스코플랜텍의 공장 매각 대신 유상증자를 택한 것을 두고는 정준양 전 회장의 과오를 덮기 위해서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2014년 권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반대에도 포스코플랜텍의 유상증자 지원안을 수차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당시 포스코 재무담당이었던 이영훈 포스코켐텍 사장도 포스코플랜텍의 유상증자 지원안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사회 다수의 반대에도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정상화에 무게를 뒀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수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를 매각하면 실패한 인수합병(M&A)이란 것을 자인하게 되는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포스코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정 전 회장은 무리한 성진지오텍 인수로 회사에 1600억원의 피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당위성은 사라졌다. 포스코플랜텍 정리에 있어 권 회장이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포스코플랜텍이 상장폐지해도 이 회사와 관련한 논란은 끝이 아니다. 소액주주 일부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정도 전 성전지오텍 회장과 관련한 비리도 현재 진행형이다. 포스코플랜텍은 기술 유출과 관련, 전 전 회장의 관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