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갑질논란’ 위기 자초한 기업들의 실수 답습하는 대림산업

입력 2016-03-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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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5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뉴욕발 항공기에서 승무원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이륙을 위해 이동하던 항공기를 되돌렸던 이른 바 ‘땅콩회항’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언론에 보도가 됐지만 대한항공 측은 사과보다 변명과 눈가리기에 치중하다 국민의 공분을 샀고 국내외적인 망신과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었다.

#올해 1월.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이 수행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변명으로 일관하다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고, 김 명예회장은 국민 앞에 직접 나와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럼에도 노동부와 사법기관의 수사를 피하지는 못했다.

앞의 두 사건의 공통점은 오너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과보다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정기관의 수사는 물론이고 회사의 매출도 급감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난 22일. 한 언론에서는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 수행기사에게 폭언을 하고 백미러를 접고 주행을 시키는 등 수시로 ‘갑질’을 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됐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대림산업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사실 확인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기자가 지속적으로 확인을 요청하자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실 부회장께 보고가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우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즉 회사의 중요사항임에도 오너가에 총대를 매고 직언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말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번 대한항공의 사례와도 비슷하다.

비행기 회항 소동으로 '땅콩회항'이란 수식어를 남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일으켰던 '갑질'의 경우 대한항공은 빠른 사과나 사태 수습을 게을리해 기업 신뢰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에 직언을 하지 못하는 기업문화가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진심이 짓는다’라는 광고문구로 많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보도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국민들에게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잘못된 보도를 한 언론사에 책임을 물으면 될일이다.

하지만 오너가의 입김이 무서워 눈치만 보고 있다가는 대한항공과 몽고식품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림산업은 지금이라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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