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C, 그룹 내 SI 업체… 전체 매출 중 절반 내부거래로 올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5개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한화그룹 내 마지막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꼽히는 한화S&C의 제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한화S&C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 전반의 전산시스템 등을 총괄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정감사서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의혹=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기식 의원은 작년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화투자증권이 시스템 통합 관련 업무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게 되면 내부거래 규모가 300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줄게 된다”며 “내부거래 규모를 축소할 경우 비용을 30억원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화투자증권이 한화S&C와의 거래가 아닌 제3의 독립적 기관에 아웃소싱하려는 문제와 관련해서 (그룹과) 갈등 생겨 (주진형) 대표이사를 해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한화투자증권의 자체 운영하던 인프라를 이번에 최초로 아웃소싱하기로 했는데 한화S&C와 IBM 모두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유찰됐다”며 “한화S&C와의 거래를 IBM으로 변경한 적이 없기 때문에 30억원 이상 비싸다는 사례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통행세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화S&C는 비교견적 또는 시장가격과의 비교를 통해 비용 효율성이 있는 적법한 경우에만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S&C, 계열사 대부분과 수의계약= 한화S&C를 비롯해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지목받는 곳들은 통상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린다는 것 외에도 계열사들과의 ‘수의계약’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S&C는 2014년 전체 매출 4116억원 중 비금융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1541억원, 금융 계열사와는 599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계열사별로 ㈜한화 182억원, 한화케미칼 149억원, 한화갤러리아 152억원, 한화첨단소재 211억원, 한화건설 503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122억원, 한화생명보험 318억원, 한화손해보험 141억원, 한화투자증권 121억원 등이 있다.
이들과의 거래대상 선정방식을 살펴보면 21건의 주요 상품·용역 거래 내역 중 경매·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수의계약은 17건으로 81%에 달했다. 경쟁 입찰은 3건에 그쳤고 지명 경쟁 입찰이 1건을 기록했다.
대부분 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탓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이유가 되곤 하나 재계는 이러한 것 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내 IT 시스템 전반을 다루는 과정에서 대외비를 요구하는 사안들도 있는 만큼 경쟁업체에 일감을 맡기는 것이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한화그룹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울러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고는 하나 계약 과정에서 입찰 경쟁자들보다 좋은 조건에 수주를 줬는지 등 혜택 제공 여부 등도 판단해야 한다.
◇한화S&C,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김승연 회장에 이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부실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3형제가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김 전무는 4.41%, 김 부실장과 김 과장은 1.66%씩 갖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SI업체인 한화S&C과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줄곧 지목해 왔다. 이 회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 전무(50%), 김 부실장(25%), 김 과장(25%)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9년간 매출액이 668%, 영업이익이 5548% 급증했다. 특히 2004년 매출 1268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했지만 오너 3세가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인 2005년에는 매출 1222억원, 영업이익 33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2014년에는 매출 4116억원, 영업이익 10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한화S&C에 대한 오너 지분을 낮추기 어려운 만큼 ㈜한화와의 합병과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병행하거나 한화S&C의 상장을 통해 지분 획득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선택하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화와의 합병은 대표적인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다.
이러한 관측이 힘을 얻는 것은 한화S&C의 몸집 불리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합병 과정에서 한화S&C의 기업 가치가 높아야만 3형제가 향후 그룹을 지배할 ‘통합 ㈜한화’의 지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화S&C는 그룹 내 알짜기업인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삼성그룹과의 ‘빅딜’에서 한화에너지는 한화토탈 지분 50%를 갖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결국 한화S&C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화학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며 한화그룹 내에서도 화학 소그룹으로 몸집을 불린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