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 88년 만에 쿠바 땅을 밟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쿠바 수도 아바나에 도착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작년 7월 54년 만에 국교를 회복한 양국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비로소 국교 회복을 공식화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 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국빈 만찬도 예정돼 있다. 이튿날에는 수도 아바나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대중 연설을 하고 반정부 인사들과 만남이 예정돼 있다. 또한 미국 메이저리그팀 ‘템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 간 시범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이번 쿠바 방문의 목적은 재임 중의 외교적 업적인 양국 국교 회복 및 정상화 흐름을 공고히 하려는 데에 있다. 또한 쿠바를 발판 삼아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 확대를 모색한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길에 부인 미셸 여사와 두 딸 등 가족은 물론 약 40명의 의원과 10여 명의 기업 총수가 동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59년 쿠바 친미 정권이 무너진 이후 양국 국교는 1961년 단절, 반세기 동안 대치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양국은 대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교 정상화 방침을 발표했으며 이듬해 7월 국교 회복에 나섰다. 같은 해 8월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바나에서 재개된 미 대사관에서 국기 게양 기념식에 참석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양국 경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쿠바의 개혁을 촉구함으로써 미국도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쿠바 측에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쿠바 정부가 이번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갑작스러운 개혁, 체제 혼란을 우려하고 있어 미국 측이 원하는 변화는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스트로 의장은 “우리는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내정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에서는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는 공화당의 반대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큰 성과 없이 단순 관광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