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와 세탁기 반덤핑 WTO 분쟁서 승소…대미수출 ‘청신호’

입력 2016-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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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조치를 둘러싼 양국간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의 ‘표적덤핑’에서 ‘제로잉’ 기법을 적용하는 방식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제로잉 관행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체의 대미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제로잉이란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업체들의 대미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경우는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마진율을 부풀리는 방식을 뜻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전날 오후 4시(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2013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9~13%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조치는 WTO 협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패널보고서를 회람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은 삼성ㆍLG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판매가 특정 구매자, 시기, 지역에 집중적으로 덤핑판매를 하는 표적 덤핑에 해당한다고 보고 여기에 제로잉을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WTO 분쟁패널은 모두 WTO 협정에 위반된다는 판정을 내렸고 한국 측이 전부 승소했다.

WTO는 보조금 분야 쟁점에서도 패널은 연구개발(R&D) 세액공제가 사실상 특정 기업에 지급된 보조금이라는 미국측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세탁기 제조사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특정성 있는 보조금으로 인정했다.

이번 WTO 판정으로 미국은 세탁기 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에서 대해서도 더 이상 제로잉을 비관세장벽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반덤핑 조사방법 자체를 불가피하게 변경해야 함에 따라 미국 수입규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덤핑마진은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에도 반영해 양쪽을 상쇄한 결과로 산정하게 돼 있지만 미국은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제외하고 낮은 경우만을 적용해 수출국에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계산하는 제로잉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로잉 기법이 WTO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미국은 수입한 전체 물량이 아닌 특정 시기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표적덤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제로잉 기법으로 마진을 계산하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었다.

산업부는 WTO가 ‘제로잉 기법’에 대해 협정 위반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그동안 표적덤핑 제로잉 기법을 적용받아 오던 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현재 철강 15건, 전기전자 2건, 기타 2건 등 19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ㆍ조사중이며 2014년 기준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약 53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판정결과에 대해 당사국인 미국은 패널보고서 회람 후 60일 내에 상소할 수 있다. 상소 결과는 소송 후 약 3개월이 지났을 때 회람된다.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가전 및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자 미국 미국 상무부는 그해 말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해 9.29%, LG전자 13.02%, 대우전자 82.4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의 대미 세탁기 수출이 크게 감소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며 지난 2013년 8월 미국을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했다.

▲WTO 분쟁해결 절차도(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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