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교수,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출간 “언어의 목적은 ‘발음 베끼기’가 아니다”

입력 2016-03-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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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교수가 '북경인가, 베이징인가'를 출간해 우리의 어문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시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과 교수가 ‘북경인가, 베이징인가’를 출간해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어문정책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책 제목부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중국의 수도는 ‘북경’일까, ‘베이징’일까. ‘베이징’은 중국어를 ‘원음주의’표기 원칙에 따라 현지 원음으로 읽은 것이고, ‘북경’은 우리의 한자 득음으로 읽은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지명과 인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의 문제점을 비롯해 ‘한글전용’의 한계를 객관적이고 현대적인 안목으로 비판했다. 그는 과학적인 소리글자 한글과 뜻글자 한자의 장점을 동시에 택해 조화롭게 사용하면 가르치고 배우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2000여년 동안 한자를 사용해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온 만큼 한자가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에게도 한자를 편리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저자는 책을 통해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굳이 원음주의 표기 원칙을 들어 현지 원음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마오쩌둥이 아니라 ‘모택동’으로 읽고 덩샤오핑이 아니라 ‘등소평’으로 읽을 때 가장 읽기도 쉽고 의사전달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또 광복 후 일제로부터 한글을 되찾은 기쁨에 들뜬 한글 전용론자들이 언어의 어원, 본의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의미만을 현시적, 평판적으로 사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을 비판했다. 일본 중국, 북한의 어문개혁 운동과 ‘한글전용’의 정책 채택 과정을 비교하며 ‘한글전용’의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독립’, ‘해방’, ‘광복’이라는 말의 차이점과 ‘조선족’이라는 말이 가진 독소를 설명했다. 그는 “이 단어들의 의미만 제대로 알려도 민족의식과 국가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원음주의 표기가 △상호주의를 스스로 포기한 표기법 △심각한 사대주의 표기법 △국가의식과 민족혼을 말살하는 표기법 △언어학의 상식을 벗어난 표기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언어의 목적은 ‘의미전달’에 있지 ‘발음 베끼기’에 있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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