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이 없어서…오일머니 왕국 사우디, 외국은행에까지 손 벌려

중동 산유국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 금융기관에서 최대 80억 달러(약 9조7200억원)의 대출을 받는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제 금융 시장에서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한 데 이는 것으로, 국제유가 하락세의 장기화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해외 금융기관에서 60억~80억 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하고 협의에 들어갔다. 두 명의 은행 관계자는 WSJ에 “사우디 재무부가 지난 며칠 사이에 몇몇 해외 은행에 대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실제로 대출을 받게 되면 이는 약 10년 만의 일이다. 관계자 중 한 명은 “사우디 정부는 대출을 유력한 국제은행에서 받을 의향”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세수 대부분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중반 이후 국제유가(WTI 기준)가 50% 가량 하락하면서 2015년 재정적자는 사상 최고치인 1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결국 사우디 정부는 올해 예산은 세출과 보조금을 줄여 메우는 방안을 내세웠다. 지난해 말 사우디는 휘발유 가격을 ℓ당 0.45리얄(약 150원)에서 0.75리얄로 67% 인상하고 전기와 수도 요금도 올리기로 했다. 그동안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정부 예산을 편성, 무세금 정책을 펴왔으나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3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자국 시장에서 국채 발행 외에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를 깨서 재정을 메워왔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작년 말에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행했다. 사우디는 이번에 은행 대출을 받은 후에도 국제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WSJ에 말했다. 앞서 오만과 카타르도 사우디처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등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몸부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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