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시대를 개막한 두산그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두산그룹이 본업인 소비재 사업으로 복귀를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세대교체 인사는 두산그룹의 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2일 두산 이사회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 주주총회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이번 세대교체 인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이 전 거래일보다 7.82%(5900원) 오른 8만1300원에 거래를 마친 것.
이날 오전 내내 2%대 상승세를 보이던 두산의 주가는 오후 들어 상승폭을 확대한 뒤 장 막판 두산그룹의 경영 승계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했다.
계열사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15.04% 올랐으며 두산중공업이 6.36%, 두산건설이 5.50%, 두산엔진이 1.56% 상승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그룹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중공업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던 두산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각각 BBB+와 BBB-로 강등됐고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리스크'가 부각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재 사업에서 중공업 사업으로 사업구조를 완전 바꾸면서 오히려 그룹은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오너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란 인식에 오너리스크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영 승계는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두산그룹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나서는 등 소비재 사업으로의 복귀를 통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박정원 회장의 그룹 회장직 승계는 두산그룹 체질 개선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으로의 수장 교체는 최근 소비재 사업으로 색깔을 바꾸고 있는 두산의 의지를 시장에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주가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만큼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다시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