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키즈 김 기자] '모하비'의 숨은그림 찾기… 앰블럼 존속 이유는?

입력 2016-0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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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니셜 대신 독자 앰블럼 유지…기아차 새 브랜드 전략에 관심

◇작은, 그래서 좋은 모하비의 변화='더 뉴 앱솔루트 모하비'라는 이름은 그냥 뉴 모하비로 부르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아서입니다. 다만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 모하비를 만나는 마음은 가볍습니다. 요즘은 '하나의 이름'으로 여러 세대를 거쳐 새 차가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쏘나타와 그랜저, 아반떼가 그랬고 쌍용차 코란도 역시 친숙한 이름이지요. 겉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역사와 브랜드 정신을 이어받은 이들은 여전히 같은 이름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발달할수록 이런 커다란 궤는 더 커지게 마련이지요.

이들이 새 모델로 거듭날 때마다 덜컥 겁부터 집어먹고는 합니다. "행여 엉뚱한 디자인으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이면 어쩌지", "내가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있나" 싶은 걱정 때문입니다.

내 잘못이 아닙니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회사가 너무 앞서가는 것입니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쏟아지는 신차 물결 속에서, 모하비의 작은 변화가 반갑게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V6 3.0리터 S2 디젤 엔진을 얹은 모하비는 경쟁차가 없습니다. 때문에 서둘러 모델 체인지에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V6 디젤 엔진은 출력 경쟁에서 앞서고 있지만 이제 오래된 엔진 가운데 하나로 취급됩니다. 글로벌 선두 메이커들이 SOHC 방식으로 V6 24밸브를 구성하고 있지만 모하비의 S2 엔진은 여전히 DOHC 방식입니다. 같은 출력을 낼 수 있지만 소음과 진동, 엔진 원가, 연비 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도 이 S엔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쟁모델도 없는데 굳이 돈을 들여 새 엔진을 개발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사진제공=기아차)

◇경쟁모델이 없는, 그래서 게으른 모하비=모하비는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사골'이라고 불립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습니다. "하나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우려먹는다"는 의미랍니다.

다행(?)스럽게도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변화의 초점(유로6)이 차 안으로 몰려든 탓입니다. 또 사골이라는 별명을 지워내지 못하겠지만 다행입니다. 개인적으로 ‘사골’같이 친숙한 디자인을 참 좋아하고 있거든요.

모하비는 참 게으른 차입니다. 8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내놓을 만큼 더디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하비는 경쟁차가 없습니다. 동급 배기량에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는 차가 없다는 의미이지요.

애초 현대차 베라크루즈가 경쟁구도를 갖췄습니다. 그러나 예쁜 이름의 '베라'가 떠난 세상에 모하비 홀로 남았습니다. 그나마 쌍용차 렉스턴이 5기통 2.7엔진과 넘치는 옵션으로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렉스턴이 "우리는 다운사이징을 하겠어"를 외치며 저 아래 싼타페와 맞붙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홀로 남은 모하비만 고정 수요를 꾸준하게 채워가며 막바지 인기를 누렸습니다.

8년만에 새 차가 나온 이유도 뚜렷합니다. 경쟁차가 없는 마당에 굳이 돈을 들여 새 모델을 빨리빨리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들이 국내에 몇 있습니다. 한국GM의 다마스, 기아차 카니발 등이 대표적입니다. 느긋하게 차를 만들어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이미 개발비를 충분하게 뽑아낸 만큼 좀더 영업이익을 누릴 수 있는 차들이기도 합니다.

▲기아차가 모하비를 처음 출시하면서 배포했던 자료입니다. 기아차는 오피러스와 모하비를 두 축으로 고급화 전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미 사장된줄 알았던 이 전략에 대해 다시 관심이 커졌습니다. 작은 앰블럼 하나 때문인데요. 브랜드 통일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모하비의 독특한 앰블럼 고집은 많은 의미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자료=기아차)

◇작은 앰블럼에 담긴 속내에 주목= 모하비의 앰블럼은 사실 못 생겼습니다. 아무리 봐도 예뻐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그랬습니다.

십 수년 전, 그러니까 2003년 기아차 라인업에서 준대형차 오피러스가 등장했습니다. 3.0리터급 엔터프라이즈를 대신할, 기아차의 꼭짓점이었습니다. 당시 오피러스는 KIA 앰블럼 대신 독자적인 회오리 모양의 엠블럼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후 2008년 모하비 출시 때에도 오피러스와 같은 엠블럼을 사용했는데요. 앰블럼 주변에 영문 철자만 다를 뿐, 전체 레이아웃과 중앙의 회오리 모양도 오피러스와 모하비는 똑같은 앰블럼을 달았습니다.

이때부터 기아차 역시 고급차를 지향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1999년 등장한 1세대 에쿠스는 차 어디에도 현대차 고유의 'H' 앰블럼이 없었습니다.

당시 에쿠스는 독자적인 앰블럼을 고집하면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를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제네시스'라는 새 브랜드를 창조해낸 것이지요.

기아차 모하비 역시 2008년 출시 당시 오피러스와 함께 새 앰블럼을 앞세웠습니다. 때문에 기아차의 고급차 브랜드 전략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기아차는 승용 세단의 정점 오피러스와 SUV의 최고봉 모하비에 이 앰블럼을 썼습니다. 기존 KIA 앰블럼 대신 독자적인 고급차 앰블럼을 쓰면서 라인업을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었지요.

단, 수출 시장에서는 인지도를 위해 KIA 앰블럼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부진으로 철수한 모하비(수출명 보레고)는 프론트 그릴은 물론이고 차 전체에 KIA 앰블럼을 마음껏 사용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하나의 테스트 마켓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2009년 K7이 등장하면서 기아차의 내수 시장 고급화 전략은 수정됐습니다.

K7에 KIA 앰블럼이 도입되면서 기아차의 고급화 전략은 잠정 보류됐습니다. 때문에 모하비 역시 올해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기존 앰블럼의 변경이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뉴 모하비는 기존 앰블럼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출시된 것이지요.

▲새 모하비는 과거 앰블럼을 유지하고 등장했습니다. 21세기 자동차 회사는 브랜드 통일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아차가 승용차 라인업을 K시리즈로 통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새 모하비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렇게 못생긴 앰블럼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이지요. (사진제공=기아차)

◇고급화 또는 SUV 전문 브랜드 가능성 남겨=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엠블럼에 다양한 가능성이 담겨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화한 상황에 기아차 역시 여러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동안 '니어 럭셔리'를 주장하던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했습니다. 크라이슬러가 고급차 300C를 내놓는 동안, 같은 회사의 다른 브랜드 닷지는 고성능 스포츠카(바이퍼)를 추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은 1세대 에쿠스에서 시작했습니다.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과 닮았던 날개 모양의 앰블럼이 결국 오늘날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단계였습니다. 때문에 모하비가 고집하고 있는 회오리 모양의 앰블럼도 많은 전망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 기아차가 SUV 전문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는 견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점차 확대되고 있는 SUV 시장에서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못생긴 앰블럼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지요.

그것이 어떤 계획이든 자동차 회사의 다양한 전략은 마니아들의 심장을 방망이질 치기에 모자람이 없답니다. 설레이는 마음은 여러분이나 저나 마찬가지랍니다.

(사진제공=카리포트)

(사진제공=카리포트)

(사진제공=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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