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테러방지법 의견서가 변협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즉각 확인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최근 테러방지법 찬성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업계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45·연수원 36기) 등 공익인권변호사 52명은 26일 대한변협의 '테러방지법안 찬성 의견서'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대한변협은 24일 테러방지법안에 전부 찬성하는 의견으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1월 25일 '20대 총선을 앞두고'라는 성명을 내고 특정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한 지 겨우 한 달만이다.
김 변호사 등은 "변협은 법원 검찰과 함께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 2만여명에 이르는 전국 모든 변호사가 가입한 법정단체"라며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견서가 제출된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의견서를 제출하기 전 변협 회칙 제2조, 제5조, 제20조는 변협의 설립목적에 비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법령의 제정과 개폐 등에 대한 중요사항을 발표할 떄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훈 변협 대변인은 26일 "변협은 법률안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번 의견서도 23일 내부 협의를 거쳐 의견을 도출한 후 24일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한 대변인은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보내달라고 해서 전달해 준 것일 뿐, 새누리당의 요청을 받고 의견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 어떤 절차를 따른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변협이 법률안에 대해 의견서를 낼 때에는 내부 기구인 법제위원회를 거치지만, 위원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협회로부터 어떠한 의견질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효은 변협 대변인도 같은날 법제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대변인은 "법제위원회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법제위원회가 반대의견을 내도 회장이 다르게 입장 발표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뽑힌 회장 아니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견서는 대한변협 홈페이지에 '법제과' 명의로 올라와 있다.
대한변협 대변인 출신의 장진영 변호사는 "그럴 거라면 법제위원회를 뭐하러 두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변호사는 "법률안에 대한 의견은 법제위원회를 거치고, 거기서 의견대립이 있는 경우 회원들의 전체의견을 묻게 돼 있는데 이 법률만 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없다"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은 집행부는 자기 면피를 위해서라도 전체 의견을 물어야 한다. 결론을 정해놓고 정해진 절차를 생략한 것은 회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의무가 있는 변협 집행부가 '폭거'를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