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경제] 스타 ‘퍼블리시티권’ 인정해야 새로운 연관산업 싹튼다

입력 2016-02-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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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유명인 이름·초상권 법으로 보장… 국내선 법안 국회 낮잠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
가수가 방송에 출연할 때 출연료만 보고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해야 자신을 알릴 수 있고, 그래야 공연에 초대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기가 높아져 비싼 광고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 역을 연기하면서 유명세를 탄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는 알바몬 광고로 ‘막스돌’(칼 막스와 아이돌의 합성어)이라는 명칭을 얻는 등 각종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바람의 아들’이라고 불린 프로야구 선수 이종범은 자신의 이름 등을 사용한 판타지 프로야구 게임에 자신의 이름 등을 허락도 받지 않고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게임회사를 상대로 승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다수의 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이름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 목소리, 제스처 등 자신을 특징 짓는 독특함을 통해 이룬 명성이나 성과를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소극적인 권리이다. 또 이러한 권리를 적극 행사해 광고를 촬영·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부여하고 넘기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한 미국에서 퍼블리시티권은 산업을 지탱하는 바탕이 된다. 법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권리를 창출해 이를 인정해주고, 산업은 그 권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활동의 원천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법과 경제는 한몸과 같다. 미국 내에서도 특히 할리우드라는 영화의 메카가 있어 영화산업과 스포츠산업이 발전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다른 주보다 더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다.

일본 대법원도 핑크레이디 판결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권리를 인정해 사용권을 돈을 주고 거래하고, 광고에 무단히 유명인의 초상이나 이름, 이미지 등을 사용한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 되었다. 퍼블리시티권을 입법하려는 법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법원이 2014년 들어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계속 선고하면서 법원이 이를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허락을 받지 않고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초상 등을 써도 침해가 아닌 것이고, 양도하겠다고 계약을 해도 대상이 없으니 무효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를 기초로 한 산업이 있을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면 누구나 돈을 낼 이유도 없으며, 그냥 써도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 법원은 최소한 인격권 침해는 인정해 왔는데, 최근에는 심지어 인격권 침해도 인정하지 않는 판결들이 나왔다. 이들 판결에서는 연예인은 공항패션에서 보는 것처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표현도 썼다. 그러나 연예인도 보여주고 싶을 때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다. 법이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산업이 성장할 수 없어 한류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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