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스포츠 시설은 혐오시설이다? (2)

입력 2016-02-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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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지난 칼럼에서 혐오 시설은 지역사회에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유발하는 반면, 혜택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순수 공익적인 시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스포츠시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건축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공익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많은 문제와 사회경제적 부담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대표적 혐오 시설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스포츠시설 운영에 대한 화두는 단연 상업적 수익성의 추구였다. 하지만, 수익성을 강조할수록 부각되는 비수익성은 스포츠시설의 혐오 시설화를 가속화하는 역설을 만들어 왔다. 즉, 수익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지역경제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스포츠 시설은 더욱 혐오시설이 되어가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 수익성의 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스포츠 시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익성, 상징성, 수익성의 고른 조화에서 시작된다.

첫째 공익성이다. 순수 공익성으로 인해 스포츠시설이 혐오 시설로 분류되었다면,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공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즉, 스포츠 시설의 공익성은 단순히 유휴 시간 동안 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사회 시설, 지역공동체의 공간, 문화와 복지시설로 발전되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로는 상징성의 보존이다.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의 경우 노른자 부지임에도 매년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로 한때 아파트단지로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역시 공익성이 투영된 스포츠 시설을 수익성만으로 접근, 혐오 시설로 전락시킨 전형적인 상업화의 오류다. 지난 칼럼에서도 필자는 스포츠 시설은 본디 함께 엉켜 땀내음을 내는 곳이자, 돈보다 사람이 늘 먼저인 곳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한다는 의미는 우리 사회의 문화일 것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겹겹이 쌓인 문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역사일 것이다. 즉, 작게는 개인의 추억과 크게는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남겨진 우리 사회의 유산이 바로 스포츠 시설이다. 따라서 스포츠 시설의 상징성 보존은 우리 사회 역사의 보존이자 정체성의 재확인 작업이다. 남겨진 시설을 통해 문화가 살아나고 역사가 기억되게 만드는 모든 활동. 그것이 상징성의 진정한 의미다.

셋째로 수익성이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꼽는 상암구장의 흑자구조는 극장과 쇼핑몰의 유치와 같은 시설 임대업에서 비롯된다. 즉 해당 장소에 스포츠 시설이 아닌 대형 임대시설이 들어오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 시설의 수익성을 부동산 임대업과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시설의 수익성 추구는 스포츠 콘텐츠의 산업화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이전 칼럼들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해외의 수많은 유수의 스포츠 시설의 경우, 대중을 위한 저렴한 스포츠 프로그램의 운영만으로도 수익을 올리면서 대중을 위한 시설은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스포츠 시설의 대분류는 ‘대중이 모이는 시설’인 PAF(public assembly facility)에서 시작된다. 즉 대중이 모일 수 있는 시설, 보다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모일 수 있는 도시민의 행복 자산, 소수를 위한 스포츠의 기능 중심이 아닌 다수를 위한 인간의 가치 중심인 곳이 스포츠 시설이 되어야 한다. 공공성, 상징성, 수익성의 조화로운 추구를 통해 상업적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있던 공공재로서의 스포츠 시설의 참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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