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검은 금요일' 亞증시, 동반 폭락…영화 ‘빅쇼트’ 2016년 글로벌 금융시장 예고편?!

입력 2016-02-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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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말입니다. 위안화 가치 절하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금융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죠.

미국 ‘경제 대통령’의 한마디에 세계 증시는 요동쳤습니다.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오늘(12일) 일본증시도 패닉에 빠졌습니다. 코스피 역시 1830선까지 밀려났고, 코스닥 시장에선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죠.

“마이너스 금리 도입되면 예ㆍ적금에 돈 넣을 때 수수료를 내야 하나요?”

소식을 접하고 많은 분이 이런 생각도 하셨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없습니다. 옐런 의장이 말하는 마이너스 금리는 정책금리를 말합니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되죠.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매겨지는 금리와는 다릅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은행에 묶여있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거죠. 통화량 증가로 자국의 환율을 평가 절하시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담겨있습니다. 쉽게 말해 ‘마이너스 금리→은행 곳간 개방→통화량 증가→자국 환율 평가절하ㆍ투자 활성화→경기부양’인 셈이죠.

그래서 유로존을 비롯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은 지난해 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렸습니다. 일본 역시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노골적으로 ‘엔저 카드’를 들이밀었죠.

(출처=CEIC,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그렇게 은행들 옥죄면 다 망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수익성엔 독입니다. 지난 10일자 이투데이에 게재된 ‘도이체방크 하이일드채 이자 지급 불능 우려… 유럽 은행권 신용불안 고조’를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데자뷔가 느껴질 겁니다. 2008년 리먼사태 전조 현상과 비슷합니다. 도이체방크 부도 위험 속에 최근 스코틀랜드은행과 크레딧스위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습니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업의 신용이 나빠져 채권 발행에 더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8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할 때도 CDS 프리미엄이 급등했죠.

전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금값은 올 들어 10% 넘게 올랐고,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화는 열흘간 10엔이나 뛰었죠. 오늘자 이투데이 1면에 ‘금융시장 불안에도 금펀드 나 홀로 성장’‘일본증시, 닛케이 5.3% 급락으로 오전 장 마감’이 왜 실렸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출처=롯데엔터테인먼트)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명언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담은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오프닝 대사이기도 하죠.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내몬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중국을 상대로 위안화 공매도 공격에 나선 ‘환투기 공격사’ 조지 소로스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빅쇼트’가 ‘2008년 리먼사태 실화’가 아닌 ‘2016년 세계 증시 예고’라고 말합니다.

‘유동성 공급=경기부양’은 변치 않는 명제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사태 당시 전 세계 증시에 생명수가 된 건, 꺼지는 거품마저 덮어버릴 대규모 양적완화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시장은 그 처방에 내성이 생겼습니다. 세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건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문제 없어’라는 중앙은행들의 착각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요? 참 먹고 살기 힘든 병신년(丙申年) 세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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