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법원에 직접 출석해 자신에 대한 후견인 지정이 필요한 지에 대한 심사를 받았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서울 양재동 가정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신 회장은 "동생이 판단력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동의하시나", "여기 왜 왔는 지 알고 계신가", "법정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실 예정인가", "건강은 괜찮으신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4시부터 신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인을 지정할 지를 놓고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했고, 40여분만에 종료됐다. 법률 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에 따르면 신 회장은 판사의 질문에 직접 대답했고, 후견을 신청한 넷째 여동생 신정숙(79) 씨에 대해 "걔가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 회장은 대리인만 법원에 보낼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심리시간이 거의 임박한 오후에서야 출석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신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지만, 첫 심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당사자에게 의사능력이 없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돼 법률상 지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부당한 이사직 해임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호텔롯데를 상대로도 회계장부를 공개하라는 가처분을 냈다. 신동주 부회장은 원고 명단에 신격호 회장의 이름을 올려 명분을 쌓은 상황이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신격호 회장이 법적 분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의사결정 과정에도 후견인이 관여하게 돼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정숙 씨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정신이상을 이유로 신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신 총괄회장 후견인을 선임하고, 후견인은 신 총괄회장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맡게 된다. 신정숙씨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 후견인으로 시게미스 하츠코(重光初子) 씨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