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인이라면 자신을 향해 “나는 모르겠어” 되풀이해야 -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는 1923년 7월 2일에 태어나 2012년 2월 1일 타계한 폴란드 시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의 시가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와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심보르스카의 시는 평이하면서도 넓고 밀도가 매우 높지만, 사회주의 리얼리즘 수법을 반영한 꾸밈없고 섬세한 언어가 특징이었다. 대학에서 문학과 함께 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보르스카는 1952년 첫 시집에 이어 2년 뒤 발간한 두 번째 시집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맹목적으로 헌신했다며 자신의 작품집에서 이를 제외한 바 있다. 우리 김규동 시인(1925~2011)이 2005년에 시집 ‘느릅나무에게’를 낼 때, 그동안 발표한 시 400여 편 중 300여 편을 버린 것과 비슷하다. 아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규동 시인은 “그땐 시로 알고 썼지만 지금 보니 시가 아니라서 버릴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진정한 시인은 그만큼 자신의 언어에 엄격하고 항상 깨어 있다. ‘예티에게 외치다’ ‘소금’ ‘끝없는 재미’ ‘큰 수’ ‘끝과 시작’ 등 12권의 시집을 낸 심보르스카의 데뷔작은 ‘나는 단어를 찾는다’(1945)였다. 그 이후 근 70년 동안 그녀는 단어를 찾아 시를 빚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의 세계에서는 바위든 구름이든 그 어떤 날 어떤 밤이든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다. 심보르스카의 말대로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평범하지 않다. 일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가장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은 심보르스카는 짧은 수상 연설을 통해 “진정한 시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라는 말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모르겠어, 나는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