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제 꿈은 조물주 위 건물주입니다”

입력 2016-01-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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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마포의 한 식당 공식 페이스북)

마포의 한 치킨집 페이스북에 오른 게시물입니다. 폐업 안내문을 찍은 사진인데요.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건물주 횡포로 억울하게 쫓겨나는 주인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있는 놈이 더 하네’, ‘장사 잘 되면 건물부터 사야 한다’ 등 비난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 네티즌 반응이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질하는 저 님이 부럽습니다. 제 꿈은 조물주 위 건물주입니다.”

건물주를 욕하면서도, 사실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합니다. 목 좋은 곳에 빌딩 한 채만 갖고 있어도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으니까요.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조물주보다 더 탐나는 명함(?)입니다.

건물주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5∼7%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기예금(지난해 평균 1.72%)보다 3~4배 더 높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소득수익률+자본수익률’로 따지는데요. 투자수익은 부동산 보유에 따른 이득을 말하고, 소득수익은 부동산을 임대해 얻는 수익을 의미합니다.

4층 이상 건물에 가게들이 모여 있는 집합매장용의 투자수익률이 7.3%로 가장 높고요. 중대형 매장용(3층 이상) 6.24%, 소규모 매장용(2층 이하) 5.85%, 오피스 5.93% 순입니다.

(출처=KB금융연구소)

얼마나 많이 버는지 감이 잘 안 온다고요? 연예계 최연소 ‘빌딩부자’ 장근석이 얼마 전 삼성동에 219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한 채를 샀습니다. 앞으로 그의 통장에는 매달 1억2400만원이 입금될 겁니다. 평범한 직장인(2014년 평균 연봉 3198만원)이 숨만 쉬고 살면서 3년 넘게 모아야 하는 돈이죠. 물론! 평균으로 따졌을 때 이 정도입니다.

노동의 대가인 최저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3000원에서 6000원으로 겨우 2배 올랐는데,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빌딩 매매가는 평당 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부자들은 부동산을 참 좋아합니다. KB금융연구소에서 발간한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큰 손’들의 재산 절반(52.4%)은 부동산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도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과 같은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3분의 2나 됩니다.

재산이 많을수록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요. 1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의 투자용 부동산 비중은 78%에 달합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10명중 4명은 그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하네요.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출처=MBC 'PD수첩')

몇 해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9살짜리 이 꼬마는 ‘임대업’이 장래희망이라고 답했습니다. ‘초딩’과 임대. 참으로 해괴한 조합입니다. 물론 부모의 대화를 귀동냥으로 주워듣고 내린 결론이겠죠. 진짜 꿈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이 대답에 우리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건 흙수저 물고 태어나 노오력해도 안 되는 헬조선에 사는 미생의 현실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입으로 그들을 욕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조물주 위 건물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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