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IPO 시장, 건설업계만 ‘한파’ 이유는?

입력 2016-01-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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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불황에 허덕이던 건설사들이 2014년 말부터 달아오른 분양시장의 호황으로 지난해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타 업종이 IPO(기업 공개)에 적극 나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반해 건설업계는 수년째 회사채 시장만 기웃거리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 남화토건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건설사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진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화토건 이후 2012년 12월 희성그룹 소속 건설사인 삼보이엔씨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공모가가 맞지 않아 상장을 연기했다.

이후 청광종건, 관악산업 등이 코넥스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보다는 문턱이 훨씬 낮아 본격적인 자금 조달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국내 증시에는 IPO가 활발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상장기업은 73개사로 2014년의 46개사에 비해 58% 늘었다. 신규 IPO 공모규모는 지난해 약 4조1129억원으로 전년도의 4조2889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2014년에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한 것에 비하면 실질적인 규모는 늘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는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 주요 비상장 대형건설사들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모두 보류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포스코건설의 경우 지난해 포스코 측에서 상반기 중으로 프리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프리IPO는 IPO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자금조달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등 8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검찰 수사로 상장이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형제의 난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롯데그룹의 건설계열사인 롯데건설도 상장이 유력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임기 내 상장을 성사시키겠다”고 발언하면서다. 앞서 2008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까지 통과한 바 있어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실적부침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그룹사들의 상장이 진행되고 있어 당장 건설부문의 상장 추진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김치현 사장의 발언은 상장할 수 있을 만큼 성장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며 “내부에서도 상장을 위한 계획이나 가이드라인 등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기준 하향 조정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면서 상장 가능성이 회자됐지만 역시 최근 최태원 회장의 가정사 등이 밝혀지며 당분간 IPO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화건설도 상장에 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상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등 다양한 그룹사와의 합병 및 상장 등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설’일 뿐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아직 건설업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못한데다 건설사들 역시 경영상황을 공개하는 IPO 시장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사의 IPO는 문턱이 높아서라기보다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추진이 안되고 있다”면서 “먼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실적 역시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고 IPO의 추진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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