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답변에서 “외환보유액이 지금 어느 정도 적정하고 외채 문제도 비교적 양호하다”며 “자본유출 조짐이 있으면 한일 통화스와프 등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비상 경제상황 시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다.
유 후보자의 발언에 일본도 반응했다. 14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에 대해 “양국 및 세계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성이 생길 경우 적절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스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일 통화스와프는 신중하게 접근하되 필요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부총리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14일 기재부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일본의 반응에)저도 놀랐다"며 "일본이 그렇게 받아 들일지 몰랐다. 원론적으로 생각할 만한 것이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를 우리가 먼저 요청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대외채권 비중과 채무도 괜찮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일 통화스와프 발언은 외국에 한국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국민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 부총리의 말실수를 기재부 내부 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거시, 금융, 세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1차관이 공석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