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요
새빨간 박스가 미친 존재감을 내뿜는다. 눈이 시린 붉은색에서 이 기기의 출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대륙의 기운을 느끼며 가격부터 시작하자. 이것은 공짜폰. LG유플러스를 통해 15만 4000원에 출시됐지만, 지원금을 받으면 할부원금이 0원으로 떨어진다. 물론 할부원금이 0원인 제품은 찾아보면 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래 출고가 자체가 15만원 수준인 스마트폰은 없다. 덕분에 위약금 걱정도 한결 덜어냈다는 것이 포인트. 싸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빈틈이 없다.
2. 생긴 건?
이 가격에 디자인까지 예쁘면 그것도 세상의 이치에 어긋난다. 그냥 그렇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특징이 없으며, 한번 보고 뒤돌아서면 디자인이 기억나지 않는 무색무취의 매력을 지녔다. 뒷면엔 플라스틱 커버 위에 화웨이 로고와 엘지유플러스 로고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리다는 뜻이다. 다행히 마감이나 만듦새는 나쁘지 않다. HD해상도의 화질도 나의 막눈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뭐 픽셀 입자가 막 눈에 들어오고 그런 일은 없다. 충분한 해상도다. 다만 아주 똑바로 정면에서만 봐야 한다. 화면 각도가 바뀔 때마다 컬러도 바뀌는 신통한 시야각을 지녔다.
덧붙이자면 두꺼운 이너베젤은 요즘 화웨이가 아이덴티티로 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3. 성능은…
화웨이 Y6는 스냅드래곤 210을 내장했다. 저가형 다운 CPU다. 체감성능을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래 고민했다.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고, 깨끗하게 기대를 버리면 의외의 내실(?)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인 반응 속도는 느리다. 게임을 하나 실행해도 로딩속도가 길고 터치 반응속도도 빠릿하지 않으며, 잠금 해제나 멀티태스킹 전환 등 단순한 작업도 미묘한 딜레이가 있다. 하지만 이게 사용 환경에 치명적인 불편을 주진 않을 정도다. 할부원금 0원을 머릿속으로 다시 되새김질하면 “음, 견딜 수 있어”라고 납득할 정도랄까? 카톡 잘 되고 통화 품질 준수하고, 프렌즈팝도 잘 돌아가니 고마운 노릇이다. RAM은 1GB, 내장 메모리는 8GB다. 고사양 게임은 구동도 어렵겠지만, 괜히 다운로드 받으면 비좁은 폰 용량이 가득 찰 테니 애초에 욕심내지 말자.
솔직히 이 제품을 두고 “게임 잘 돌아가요?”라고 물으면 촌스러운 질문이다. 공짜폰이 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가지를 덜어내야 한다. 그래서 가벼운 용도로 사용할 저렴한 스마트폰이 필요한 사용자층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제품은 느릿하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돌아간다. 특별한 버그나 문제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가격을 위해 포기할 것들은 포기한 선에서 최소한의 사용자 환경은 보장해준다. 개인적으론 이거면 됐다고 본다.
4. 소프트웨어는?
[왼쪽은 아이폰 오른쪽은 화웨이Y6]
화웨이의 EMUI는 안드로이드와 iOS를 섞은 듯한 매력이 있다. 앱 서랍이 없어 모든 앱이 바탕화면에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 바탕화면 어디든 아래로 쓸어내리면 나타나는 검색 화면은 iOS의 그것과 소름 끼치게 닮았다. 조작 방식도 동일하다.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잡다한 이통사 앱이나 기본 탑재 앱을 80% 쯤 덜어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멀티태스킹 화면에서의 조작이 유난히 느린 편이다. 하단에 굳세게 자리하고 있는 이통사 앱 때문인가. 유튜브 광고마냥 멀티태스킹 화면에 들어갈 때마다 바닥에 깔리는 유플러스 전용 앱이 다소 얄밉다. 그래서 지웠다.
5. 070 전화!
[왼쪽은 일반 모드, 오른쪽은 070 모드]
070 전화 기능은 이 제품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다. 심심한 화웨이Y6에 소금 간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에겐 하등 쓸모없는 기능이고, 어떤 사람에겐 유용한 기능일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010’모드와 ‘070’모드의 단추를 터치하면 양 모드를 손쉽게 오갈 수 있다. 070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Y6는 해당 070 번호를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기가 된다. 쉽게 말하면 한 기기에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와이파이 연결 상태에서는 무료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개인 스마트폰 번호가 아닌 070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놓치지 않고 다 받을 수 있다. 아마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이나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070 전화를 수시로 걸고 받을 수 있는 메리트에 만족을 느끼리라.
6. 카메라가…
길게 할 말은 없지만 일단 카메라가 달려있긴 하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생각보다 쓸만하다고 느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결과물을 보고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다. 태양광에서 찍은 사진은 크게 뭉개지는 현상이 없었고, 밤에 찍으면 당연히 수채화가 된다.
긴 설명 대신 사진을 몇 장 첨부한다. 다만 전면 카메라는 정말 나쁘다. 수차례 시도해봤는데, 셀카가 오징어처럼 나왔다. 왜일까. 다른 중국 스마트폰들은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데. 뷰티 효과도 조금 과해서 오징어 아니면 외계인 둘 중에 하나로 나온다.
7. 쯔위!!!
루나는 설현폰, 팹플러스는 하니폰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렇다면 화웨이Y6는 쯔위폰이다. 나의 사랑 트와이스 쯔위가 모델을 맡았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내가 식스틴 시절부터 애정을 품고 지켜봤던 쯔위가 단독 모델을 맡다니. 아쉽게도 광고 속 쯔위가 너무 나이 들어 보여서 속상하지만 모델을 잘 골랐으므로 가산점.
할부원금 부담 없이 쓸 저가폰이 필요하거나, 업무용으로만 사용할 저가폰이 필요하거나, 쯔위를 좋아한다면 구입해도 될 것 같다.
The post 싸고 착한 쯔위폰, 화웨이Y6 사용기 appeared first on 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