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세로 재정난 심각해지자 국영기업 상장 추진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재정난을 겪는 사우디 왕정이 국영 석유회사 상장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려는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람코 기업공개(IPO) 추진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아람코의 IPO 추진에 대해 열의를 갖고 있으며 수개월 안으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언급대로 IPO가 현실화된다면 아람코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애플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상장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 아람코 IPO 추진 배경에 대해 모하메드 왕자는 “사우디 시장과 아람코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면서 “상장을 통해 투명성이 강화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아람코를 둘러싼 부패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람코 상장 추진의 진짜 속내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우디 재정적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70% 폭락한 국제유가는 그간 ‘오일머니’로 왕정을 유지했던 사우디에 직격탄이 됐다. 현재 사우디의 재정적자 규모는 980억 달러(약 118조원)에 육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재정 수입은 34.5%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달 말 사우디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지출 삭감 방안을 공개하고 민생에 직결된 각종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는 등 세제 개혁에 나섰다. 각종 세제 지원 등으로 민심을 얻었던 사우디 왕정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아람코 상장은) 전적으로 회사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유입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람코 IPO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기업공개가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외국인에도 개방할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만큼 아람코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수조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는 현재 시총 기준 세계 1위인 미국 애플(5430억 달러)을 제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의 시총은 3220억 달러다. 사우디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5%를 차지한다. 석유 매장량으로 따지면 2680억 배럴로 전 세계 총 매장량의 16%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아람코의 IPO는 사우디 왕정의 구조개혁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경제학자 존 스파키아나키스는 “아람코 상장은 구조개혁 쓰나미의 일부이며 이는 사우디 왕정을 압도시킬 수 있다”면서 “대대적인 변화는 공공분야 민간분야 전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