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새 경제수장에 거는 기대

입력 2016-01-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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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새 경제수장에게 무얼 바랄 것인가 얘기하려면 먼저 새 경제수장이 들어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부터 필요하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경환팀이 15조 원에 달하는 추경과 1%대의 기록적인 초저금리로 경기부양에 올인했지만, 작년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의 절반을 살짝 웃돌았고 올해 목표치는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중 최저점을 찍고 있다. 올해 전망은 더 우울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의 부진이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까지 겹쳐 악재 중의 악재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견지한 정책 기조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돈풀기와 부동산 띄우기로 요약되는 초이노믹스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득이 되는가 독이 되는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때다. 부동산 띄우기로 경기 전체를 견인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해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던 예언대로 부동산 띄우기는 경제활성화라는 기대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공급과잉과 미분양 속출이라는 결과만 불렀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초저금리와 맞물려 전세의 월세로의 전환, 전세 품귀, 전셋값 폭등으로 연결돼 서민 생활비 중 가장 큰 주거비를 천정부지로 뛰게 만든 결과, 추경의 약효가 끝나는 올봄이면 내수침체의 그늘마저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과거 베이비붐과 고도성장이 동시에 일어났던 시기에는 부동산을 띄우면 경제도 덩달아 살아났던 신화가 있었다. 지어도 지어도 집은 모자랐기 때문에 건설업자는 짓기만 하면 집은 팔렸다. 고도성장기였기 때문에 빚을 내서 집을 사도 월급이 올랐고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 빚 갚기도 쉬웠다. 그런데 지금은 저출산에 저성장의 시기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고 미분양이 속출한다. 취업도 어렵고 가까스로 취업을 하더라도 월급이 쑥쑥 오르지 않아 빚을 내서 집을 사면 대출금 갚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부동산 띄운다고 경제 전체가 살아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는 경착륙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인위적인 부동산 띄우기와 돈풀기로 걱정거리만 늘었다.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가계부채가 드디어 1200조 원에 이르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은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우리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우량하고 각종 여건이 양호한 미국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자금들이 몰려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자본유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때를 대비해 가계부채를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경제 여건보다 우리를 더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새 경제수장의 인식이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주택 미분양 물량이 54%나 폭증해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에 육박했음에도 “공급과잉으로 보지 않는다…문제는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또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초이노믹스의 계승을 시사하고 있다.

새 경제수장 내정자는 인화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 목소리는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전임자의 정책기조를 뒤집을 스타일도 아니고 청와대가 불편해할 직언을 할 스타일도 아니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한 사람의 학자로 또 300명 중의 한 사람인 국회의원으로서는 그렇다고 쳐도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을 짊어지고 갈 경제수장으로서는 아닌 길은 아니라고 분명히 해야 5000만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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