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30억달러 프로젝트 장기표류에 국내 건설업계 '한숨'

입력 2016-01-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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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가 발주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라스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 입찰이 또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긴축 돌입으로 인한 발주 감소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 및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라스타누라 클린퓨얼 프로젝트의 EPC(설계 구매 시공) 입찰서가 이달 중 발급될 예정이었지만 발주처인 아람코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사우디가 입찰 일정을 계속 미뤄온 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홀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가 상승 등 시장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는 시점까지 재입찰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엔지니어링 업체 제이콥스가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와 총괄 관리(PMC)를 맡고 있는 라스 타누라 클린 퓨얼 프로젝트의 입찰은 2개 패키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프로세스 시설에 대한 입찰인 1번 패키지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외 8개 기업이, 간접 및 동력시설인 2번 패키지에는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등 13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사우디 동부 담맘 인근에 위치하는 라스 타누라 정유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약 55만 배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라스 타누라 정유공장 내 하루 14만 배럴을 생산하는 납사수첨처리시설이 포함된 클린 퓨얼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규모는 약 30억달러(약 3조 5600억원)다. 초대형 규모의 프로젝트인 만큼 중동 수주 기근을 겪고 있는 국내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아람코는 지난 2013년 11월 이 프로젝트의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지난해 1분기로 일정을 연기했고, 이후 유가 폭락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발목을 잡으면서 재입찰은 하반기로 미뤄졌다. 입찰서 발급 일정은 다시 이번 달로 조정됐지만 사우디가 전례 없는 긴축에 들어가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프로젝트 진행 여부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사우디 재정의 불확실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저유가 기조 속에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3670억리얄(약 116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15%와 맞먹는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러나 사우디 재정적자가 이보다 더 많은 1400억 달러(약 166조53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사우디가 5년 안에 파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사우디는 자국 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 올리고 복지는 축소하는 등 저유가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꺼내들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쿠웨이트나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이처럼 바닥을 드러내면서 국내 업체들의 살길은 더 막막해졌다. 중동발 물량 축소와 입찰 연기 등에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규모는 461억달러로 6년 만에 5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중동 지역 수주금액 역시 165억달러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우디가 시장의 상황을 보며 발주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입찰 시기와 사업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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