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업 지원 방안으로 제시한 선박펀드의 운용 계획에 대한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운업계가 장기 침체에 놓여 있어 지원 충족 조건인 부채비율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선박펀드 조성을 주요 골자로 한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해운 업체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출 경우 펀드를 통해 선박을 새로 건조할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펀드로부터 선박운용권을 받은 해운사가 배를 운용해 생긴 수익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영 초기에는 펀드를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되 수요에 맞춰 규모 확대를 검토키로 했다. 40%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한다. 50%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조건으로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한다. 나머지 10%를 지원받는 해운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가 해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댔지만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지원 자격을 갖출 해운사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선주협회가 150개 해운사의 경영상황을 파악한 자료를 보면 부채비율이 2008년 197%, 2010년 247%, 2011년 330%, 2014년 378%로 상승했다.
대형 선사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국내 양대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700%대에 달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으려면 자산매각을 통해 각각 6000억원, 8000억원 정도를 마련해야만 한다.
해운업계의 누적적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누적적자 규모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9조877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지만 외항 해운업계 전체 세후 당기순이익은 8157억원에 불과하다. 이 마저 대부분(7100억원)은 팬오션의 채무보전이익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권단의 압박으로 선박과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5조6438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자금은 회사채 연상 시 상환과 높은 이자부담, 영업손실 보전 등에 쓰였다. 때문에 신규 선박 건조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해운업황이 최근 회복되지 않고 지연되는 것도 아니라 글로벌 해운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우리 해운사들이 대위기에서 존립하기 위해선 신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부가 가진 역량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