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모든 것 직접 챙겨…구독자 늘리기에 초점
“저는 신문 산업에 대해서는 모릅니다만 인터넷에 대에서는 좀 압니다.”
한때 경영난에 허덕이던 워싱턴포스트(WP)의 온라인 성장세가 주요 외신의 눈길을 끌고 있다. 베조스가 WP의 디지털화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면서 WP 온라인 성장세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21일(현지시간) 따르면 WP의 온라인 사이트 순방문자 수는 2013년 9월 2600만 명에서 2015년 11월 현재 약 7200만명에 육박했다. 특히 WP는 경쟁매체 뉴욕타임스(NYT)를 2개월 연속 눌렀다.
베조스는 WP 임원들과 2주에 한번 한 시간에 걸친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이들 임원은 일 년에 두 번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날아가 베조스와 얼굴을 마주하고 전략회의를 한다. 베조스는 별도의 코멘트를 달지 않고 독자의 불만사항을 편집자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마존에서 그랬던 것처럼 베조스는 임원들에게 파워포인트보다 직접 메모를 하도록 한다. 메모를 하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WP 내부에서는 베조스로 인한 변화를 ‘제피즘(Jeffisms)’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WP의 ‘베조스화’라고 보면 된다.
이 모든 것이 2013년 베조스가 2억5000만 달러(약 2896억원)라는 거금의 사비를 털어 WP를 인수한 후부터 시작됐다. IT 선두주자인 베조스가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는 신문사업에 뛰어들면서 WP 부활 여부는 IT 업계는 물론 언론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는 인수 당시 “경영난에 빠진 신문산업을 구원하는 데 특별한 전략이나 공식 같은 것은 없다”면서도 “나는 신문산업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인터넷에 대해서는 안다”면서 WP를 시험대에 놓겠다고 강조했다.
베조스는 종이신문에 치중했던 WP의 디지털화 ‘행동대장’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부분까지 그가 챙기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베조스는 감원 대신 증원을 택했다. 콘텐츠 강화가 곧 구독자 증가로 연결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국내와 해외 취재력을 늘리고자 기자와 에디터를 50명 늘리고 뉴스룸 근무 직원도 70명 더 뽑았다. 현재 WP 전체 근무 인원은 700명에 달한다. 신문의 편집 방향 등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편집국에 일임하고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WP의 고객은 광고주가 아니라 독자라고 생각해 구독자 늘리기에 집중했다. WP는 지난 9월부터 아마존의 고속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WP 온라인판 6개월 공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이 끝나면 60% 할인된 가격에 정기구독을 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아마존 자체 제작 태블릿 킨들파이어에 WP 앱을 기본 탑재시켜 아마존프라임 고객에 내건 이벤트를 똑같이 실시했다. 아마존 소속 엔지니어를 WP에 파견했으며 구독자에게 뉴스를 추천하는 방식 등 여러 부분에서 WP가 아마존의 노하우를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베조스의 결단이 모두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베조스는 WP 인수 후 일부 직원의 연금을 동결했다. WP의 자회사 격인 ‘워싱턴볼티모어뉴스길드’의 프레디 컨클 공동회장은 “동결시킬 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면서 “단지 (베조스 식의) 마초적 자본주의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기자들이 단순히 기사 콘텐츠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웹 트래픽에 대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WP 뉴스룸 내부에는 웹사이트의 실시간 트래픽을 보여주는 대형 화면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베조스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WP 편집장 출신인 케빈 메리다는 “베조스의 등장은 농구팀에 마이클 조던을 긴급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올해 미국 정부의 첩보활동 허점을 폭로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캐롤 레오니그 역시 “특종 기자들을 더 많이 채용하고 경력기자들의 취재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