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최근 저서 ‘행동하는 용기(The Courage to Act)’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이같이 표현했다. 한마디로 다른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후폭풍을 우려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도, 중앙은행은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한 해 한국은행은 시장으로부터 약이 되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기준금리를 두 차례(3·6월, 각각 0.25%P) 내릴 땐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리 인하 시그널을 충분히 주지 못한 데다, 경제심리가 이미 악화된 후에 후행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장밋빛 미래만 그린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국은행이 듣기 좋은 달콤한 얘기를 내뱉기보다 경제를 냉철하게 진단하는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왔다.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최근 행보를 보면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이 마비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행 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00명이 넘는 경제 수재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지만 수동적인 조직 성향 탓에 외부와의 소통 부재로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엔 올해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G2(미국, 중국) 리스크, 국제유가, 세계 교역량 감소 및 국내 수출 부진, 가계부채 등 국내외 악재들이 경제를 뒤흔들 것이란 얘기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의 균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인기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가장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2016년엔 고립이 아닌 독립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