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재고, 대공황기 이후 최고…국제유가 또 폭락

입력 2015-12-17 08:53수정 2015-12-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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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해결 ‘시계제로’...미국·이란, 유가 하락재 가세

국제유가가 또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6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83달러(4.9%) 급락한 배럴당 35.52달러로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원유 재고량이 대공황기인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단 소식이 이날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주간 원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480만 배럴 증가한 4억9070만 배럴로 1930년 이후 8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한 230만 배럴을 훨씬 웃돌고, 에너지 정보제공업체인 플래츠가 전망한 250만 배럴 감소와도 상반된 결과다. 현물 인도 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재고량도 40만7000배럴 늘어났고, 휘발유 재고도 170만 배럴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원유 시장 내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까지 공급에 가세하기 때문.

미국 하원은 전날 민주당·공화당 양당이 자국산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40년 만에 해제하는데 합의해 조만간 미국 원유 수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안은 17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며 통과되면 1975년부터 시작된 미국 원유 수출 금지가 풀리게 된다. 앞서 미국은 1975년 중동발 석유 파동을 겪은 이후 원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자 자국산 원유의 수출을 금지해왔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의 시장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2009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대(對)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 절차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란은 내년 1월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원유 수출을 내년 말까지 현재의 두 배인 하루 평균 43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져 유가에 하락 압력을 넣는 상황에 이란과 미국까지 가세하면서 공급 과잉 해결은 ‘시계제로’ 상황에 직면하는 모양새다. 프라이스퓨처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해제와 이란의 시장 복귀를 앞둔 상황은 공급 과잉 우려로 골머리를 앓는 OPEC에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씨티그룹은 전날 보고서에서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이 저장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WTI 가격은 배럴당 20달러, 브렌트유는 30달러선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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