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연쇄 부도 일어날 수도…신흥국, 잇따라 금리 올리는 등 대책 마련 고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6일(현지시간) 9년여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신흥국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신흥국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주택버블 붕괴와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흥국발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경고했다.
드디어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7년간 이어졌던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 혜택을 활용해 낮은 금리로 달러화 채권을 대거 발행했던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은 일대 위기를 맞게 됐다.
가뜩이나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거액의 외화 조달이 필요한 국가와 달러화 부채 수준이 높은 국가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위스 은행 UBS는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 외화표시 채권이 올해 3450억 달러(약 406조원)에서 내년 5550억 달러로 늘어나고 2017~2019년에 연평균 49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 등은 내년에 만기를 맞는 신흥국 비금융 기업 외화표시 채권 규모가 900억 달러에 이르고 2017~2018년은 연평균 12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B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2개 신흥국의 비금융 기업 부채는 23조4850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달러 부채가 10%인 2조3485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발 경기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신흥국 기업들이 연쇄 부도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신흥국 정부도 비상에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국에서 자본유출이 가속화하고 통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등 아프리카와 중남미 신흥국 일부는 이에 미국에 앞서 금리를 인상했다. 자본유출 방지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신흥국이 따라가지 않으면 달러화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남아공은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6.2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페루는 10일 금리를 0.25% 높은 3.75%로 올렸다. 아프리카 잠비아와 가나, 모잠비크가 11월 잇따라 금리를 인상했고 남미 콜롬비아도 1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서 브라질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3개월간 81bp(bp=0.01%포인트) 뛰어 현재 460.67bp에 이른다. 남아공의 CDS프리미엄이 같은 기간 76.7bp 뛰었다. 러시아와 터키 카자흐스탄 등도 CDS프리미엄이 300bp를 웃돌거나 그 근처에서 움직이는 등 매우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