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노동개혁법 몸살 앓는 한국, 일본이 부럽다…그 이유는?

입력 2015-12-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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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3월 19일(현지시간) 세븐&아이홀딩스가 신입사원 환영회를 열고 있다. 블룸버그

한국이 최근 노동개혁법 처리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좀 더 해고를 쉽게 하도록 하는 등 경직된 고용 형태를 개선해 청년층이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부측 입장과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지금의 낮은 임금 체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야당과 노동조합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다르지만 고민은 같습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한국의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과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것은 물론 장기 경기침체에도 시달렸던 일본은 오히려 고용시장이 견실한 상태입니다. 일본의 지난 10월 실업률은 3.1%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을 따져보면 한국은 7.4%이고 일본은 5.5%입니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 비율)은 1.24배입니다. 구직자 한 명당 1.24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일본도 비정규직 비율이 약 37%에 달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등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10월 소비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 회복이 소비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후지시 고이치 연구원은 “소비지출 조사 대상 품목이 적어 자동차나 주택 구입 동향에 따라 수치가 크게 변동되기 쉽다”며 “실업률이 하락하는 데 소비지출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통계의 왜곡”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일본 경제와 고용시장 상황이 상당히 괜찮다는 방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봄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9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봄(9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일본의 이런 안정적인 고용시장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학자들에게도 미스터리입니다. 전문가들은 임금 삭감을 감수하고라도 일하려는 근로자가 많다는 이유 등을 들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서구 학자들은 실업 상태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일본인이 야근을 강요하고 월급을 적게 주는 기업이라도 들어가려 한다고 하지만 비슷한 문화인 한국의 청년 실업난을 보면 이 설명도 맞지 않습니다.

그나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힐만 하지만 호황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기업이 젊은 인재들을 확보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일본의 상황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한국의 노동개혁법 방향을 살펴보면 딱 미국과 유럽 학자들이나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같은 외신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너무 흡사한 느낌을 줍니다. 고용과 해고가 너무 경직돼 있어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주장은 타당한 것 같은데 우리 실정에 맞는지 거듭 고민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정부나 학계에서 진지하게 연구를 해봤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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