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응답하라 1988’ 미란의 일본여행은… 보라가 보내줬다

입력 2015-12-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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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통장에 200만원(1년 이상) 있어야 했습니다.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가 시행된 건 1989년입니다.(출처=tvN '응답하라 1988')

일화: 내일 출발이죠? 부럽다 부러버. 아이고~ 내사마 언제한번 비행기 타볼라노.
미란: 뭐가 부러워? 딸이 둘인데, 앞으로 비행기 탈 일 많겠지.
일화: 여권도 요새는 금방 나오는 갑네요? 전에는 통장에 200만원 들어있어야 한다꼬 억수로 복잡시럽던데.
미란: 이제 간단해. 발급신청서, 주민등록 등본, 신원진술서만 있으면 금방 나와. 그것도 3년짜리.
일화: 엥?~ 3년이요. 억수로 기네요. 마이 좋아졌다.

‘응답하라 1988’ 11화에 나오는 미란과 일화의 대화입니다. 휴가철만 되면 매일 인천공항에 수 십만명이 몰리는 요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불과 27년 전인데도 말이죠.

당시엔 그랬습니다. 돈 있어도 못 가는 게 '해외여행'이었죠. 일반 국민이 출국심사를 통과하려면 출장, 유학, 취업과 같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쓸 만큼 나라 곳간이 넉넉지 못했거든요.

광복 때부터 이어지던 여권 발급 제한이 풀린 건 1983년입니다. 단,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50세 이상이어야 하고요. 통장에 200만원이 1년 동안 들어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20kg짜리 쌀 한 포대가 1만6000원이었고, 삼양라면 한 봉지가 100원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돈인지 감이 오시나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해외여행 자유화에 대한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유연해진 것도 한몫했죠. 굳이 따지자면 미란의 일본 여행은 보라가 보내준 셈이네요.

몇 년간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 생활 수준을 따져보던 정부는 1989년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했습니다. 수강료 3000원을 내고 자유총연맹이나 예지원에서 하루 동안 반공교육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여권이 발급됐죠.

(출처=국가기록원)

빗장이 풀리자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신혼부부들은 괌, 하와이로 허니문을 갔고요. 대학생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선우 만큼 효심 깊은 자식들은 부모님께 여행 티켓을 선물했죠. 그렇게 1989년 한해에만 100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기에 1992년 반공교육이 폐지되고, 닷새 넘게 걸리던 여권도 하루 만에 발급되면서 해외여행의 문턱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2015년. 혜리가 이미연으로 성장한 시간 만큼, 해외여행 시장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올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몇 명인 줄 아십니까? 무려 1741만8000명입니다. 내년엔 1894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여행사는 1만개(2014년 기준 9717개) 가까이 되고요. 내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61%, 4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속파 여행객이 늘면서 3명 중 1명은 저비용항공(LCC; Low Cost Carrier)을 이용하는 등, 틈새 시장도 열리고 있습니다.

소설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는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여행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돈과 시간을 따지는 것은 1980년대 비하면 핑계일 뿐이죠.

‘꽃보다 청춘 in 아이슬란드’ 예고편에 나오는 오로라를 보고 그저 감탄만 하기엔 우리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세요. 올해가 가기 전에요.

▲올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내국인 수는 1741만 8000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1894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2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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